'현장 베테랑'의 힘…대학가 초빙교수 전성시대

입력 2014-03-26 20:42   수정 2014-03-27 04:11

인사이드 스토리

김용덕 전 원장·김영주 전 장관 등
전직 관료·법조·CEO 30여명 서울대·연세대 등서 강의

수십년 현장서 쌓은 노하우 전수
초빙교수 '영예+알파' 누리고 대학은 브랜드 가치 높여



[ 오형주 / 김태호 / 홍선표 기자 ]
지난 25일 오후 서울대 58동 119호 강의실. 경영학과 초빙교수인 배영효 전 동양선물 대표의 ‘경영학특강’ 수업에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이 ‘일일강사’로 나섰다. 애널리스트인 강 팀장에게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수업을 듣고 있는 고정건 씨(경영학과 10학번)는 “교수님(배 전 대표)과 친분이 있는 현직 기업인·금융인들로부터 생생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는 데다 저녁을 겸한 간담회 자리도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 기업 최고경영자(CEO), 대학총장, 법조인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사들이 주요 대학 초빙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초빙교수들은 수십년간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연륜을 명문대 강단에서 전수할 수 있다는 점을 ‘영예’로 여긴다. 대학도 명망가들의 두터운 네트워크를 강의는 물론 학교 브랜드 제고에 활용할 수 있어 초빙교수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이필상 임태희 강의 인기 끌어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강의하는 전직 관료, 법조인, CEO 등은 30명 안팎. 강의장을 수강생으로 가득 채우는 인기 강의도 적지 않다. 이론 중심의 강의와 달리 현장을 견학하고 초빙교수를 통해 인맥을 쌓을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이 크다.

서울대에선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가장 성공한 초빙교수로 꼽힌다. 경제학부 초빙교수인 이 전 총장은 이번 학기에 ‘미시금융론’을 강의하고 있다. 김성필 씨(경제학과 08학번)은 “최근 강의에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브리핑해줬는데, 경제 전반을 보는 시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작년 2학기 그의 ‘화폐금융론’ 강의(정원 120명)엔 152명이, ‘주식·채권·파생상품1’(정원 120명) 강의엔 166명이 몰리기도 했다.

경영대학 초빙교수였던 임태희 전 실장의 작년 1학기 ‘리더십특강’도 82명이 수강했다. 국회의원 장관 청와대실장 등을 두루 거친 임 전 실장과 친분이 두터운 각 분야 리더들이 강사로 나선 게 인기의 요인이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경영대학),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법학전문대학원),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국제대학원) 등이 서울대 초빙교수로 활동 중이다.

연세대에는 경제대학원에 ‘이름 있는’ 초빙교수들이 포진해 있다. 김영주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경제정책세미나’를,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장은 ‘법경제학’을 강의 중이다. 고려대에선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국제금융론’을,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한상대 전 검찰총장은 이 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각각 ‘법과 재판 실무’, ‘법조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또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성균관대 경제학과), 이상훈 전 KT 사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박진 전 국회의원(한국외국어대), 박봉규 전 산업단지공단 이사장(건국대 정보통신대학원),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가천대 경제학과) 등이 초빙 또는 석좌교수로 강의를 맡고 있다.

○강의 외에도 세미나 등 역할 다양

초빙교수들의 역할은 단순히 강의에만 머물지 않는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은 “초빙교수는 대부분 학교가 필요해 모셔온다”며 “강의 외에도 세미나, 자문, 네트워크 형성 등을 통해 학교에 다양하게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초빙교수의 강사료는 대부분 학교 예산이 아닌 각 단과대학과 학과별 발전기금 등에서 지급된다. 서울대 모 학과의 경우 한 학기당 강사료가 400만~600만원 선이다.

한 초빙교수는 “퇴직자들이 집에서 쉬면 잊혀지고 만다”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 다시 현직으로 복귀할 기회도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오형주/김태호/홍선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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