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게임 회사 텐센트와의 '밀회'를 즐긴 기업들의 주가가 훈풍을 타고 있다. 텐센트가 '통 큰' 투자금을 내놓는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CJ E&M은 지난 26일 텐센트와의 '동침'을 발표했다. 텐센트가 CJ그룹 계열 게임사 CJ게임즈에 5억 달러(53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텐센트는 이번 투자로 방준혁 CJ E&M 고문(35.88%), CJ E&M(35.86%)에 이은 3대 주주에 올랐다.
같은 날 텐센트가 엔터테인먼트 기업 키이스트에 투자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코스닥시장에선 "텐센트가 키이스트 소속 한류 스타 김수현을 중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공략에 활용하기 위해 키이스트 지분 10% 가량을 매입할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
키이스트는 조회 공시 답변을 통해 "투자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CJ E&M과 키이스트 주가는 각각 전날보다 9.43%, 6.83% 급등했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계 '큰 손' 텐센트가 한국 기업에 관심을 키우면서 수혜를 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CJ E&M·키이스트 … 주가 어디로
텐센트는 중화권에서 8억 명이 사용하는 PC 메신저 '큐큐(QQ)'와 회원 3억 명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운영 중이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시가총액은 150조 원에 이른다.
텐센트는 최근 한국에 공격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720억 원을 투자해 한국 카카오 지분 10%를 인수했다. 국내 벤처 투자사 캡스톤파트너스와 500억 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여러 모바일 게임 제작사에 투자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들 입장에선 중국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CJ게임즈 역시 벌써부터 중국 시장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다함께 퐁퐁퐁’과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 3종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을 진행했다. 이들 게임은 오는 4월부터 5월까지 위챗과 QQ게임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선 텐센트와 손 잡은 CJ E&M의 주가 상승 여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M 보유 지분에 적용한 게임사업부 가치는 6827억 원"이라고 계산했다. 게임 외 사업부의 적정 시가총액 1조4000억 원을 더하면 CJ E&M의 가치는 2조 원 가량이라는 것.
이에 따라 현재 주가 대비 약 23.2%의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 CJ E&M 게임사업부 매출액이 5000억 원이었음을 감안했을 때 중국에서 2000억 원 추가 매출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전날 CJ E&M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마크 런 텐센트 사업총괄사장(COO)은 “향후 텐센트의 전략과 매칭이 된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사업과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텐센트의 적극적인 행보를 읽을 수 있다.
키이스트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엔터업종을 담당하고 있는 한 애널리스트는 "공식적인 투자금액이 나오진 않아 확정지을 순 없지만 키이스트 소속 배우들의 중국 진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에스엠(SM), JYP Ent.로 구정된 '3강 구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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