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실험 비용부담에 10년째 '치료보조제'에 머물러
이윤보다 봉사의 가치 쫓는 '착한기업'이 목표
[이선우 기자] "자궁경부암과 난소암의 암세포를 파괴하는 물질을 개발했지만 신약허가와 임상실험에 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때문에 답답합니다"
시자르(CIZAR)의 박래옥 대표(통일산부인과 원장)(사진)는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3년 카톨릭의대 배석년 교수와 함께 남성의 정액 속에 난소암이나 자궁경부암의 암세포를 죽이는 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내 화제가 됐다. 당시 박 대표는 정액에서 정자를 제거한 뒤 아연 등 세 가지 성분을 추출해 농축한 '시자르'를 개발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난소암이나 자궁경부암 등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효능은 뛰어나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치료제를 개발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금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약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임상실험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현재 시자르 세자르는 자궁경부암과 난소암 치료보조제로 사용되고 있다. 정식 치료제 허가를 받지 못해 제품 홍보에서도 전문 의학용어 사용이 제한돼 있다. 박 대표는 "주위를 둘러보면 상당히 진척된 새로운 기술과 제품들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제품 연구와 개발을 이어오고 있는 박 대표는 올해 초 시자르 세라바(CIZAR SELAVA)가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HPV(인유두종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는 임상학적 효과를 증명해 관심을 모았다. 외경부 콘딜로마(곤지름)와 음부통증 증상을 지닌 환자를 상대로 각각 3주, 9주간 세라바를 사용한 결과 HPV 감염이 소실되는 결과를 얻었다.
박 대표는 "회사 설립 후 10여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영리'가 아닌 '봉사'를 궁극의 목표로 삼았던 초심은 잃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자신처럼 연구개발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갖고 뛰어 들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재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이선우 한경닷컴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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