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에게 임금은 비용 성격,
노동자에겐 소득의 원천
이런 시각차부터 줄여 나가야
최근 고용노동부가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을 발간, 주요 사업장에 배포했다. 원칙적으로 임금체계는 노사합의 사항으로,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가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한 것은 현행 임금체계가 국가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에 따른 고령화 등으로 기업 부담이 더해지고 노사 갈등도 커지면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그 배경에 있다.
매뉴얼에 언급된 정부의 임금체계 권고안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기본급 중심의 단순화다.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이나 상여금은 기본급으로 통합하고 기타 수당은 직무가치나 직무 수행능력 혹은 성과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통폐합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본급의 연공성 축소로 매년 자동적으로 승급되는 상승분을 줄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여금의 성과 연동으로 지금과 같이 임금보완적 성격이 아닌 실제 성과에 따른 상여금 체계로 개편하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권고가 저임금 체계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기업에만 유리한 체계가 될 것이라는 비난이다. 노동계의 반발에 더해 준수사항도 아닌 정부의 권고가 당장 개별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권고가 개별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에 기준으로서 역할은 할 것으로 생각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임금체계 개편, 그렇지만 직면할 수밖에 없는 노동계의 반발. 필요와 반대의 정반대되는 힘의 작용에서 경영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먼저 임금체계 개편은 직원들의 참여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임금체계는 취업규칙에 기재돼야 하는 근로조건의 하나로 변경 시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는 노동조합,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법적인 강제사항을 떠나서도 근로조건 중 가장 중요한 사항인 임금체계를 개편하면서 근로자를 제외하는 것은 회사에 대한 신뢰는 물론 실행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근로자를 참여시켜야 한다.
근로자 참여는 무엇인가. 임금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인식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자에게 임금은 비용 성격이지만 근로자에게는 소득의 원천이다. 이에 따라 임금 결정요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경영자는 생산성이나 지급능력을 주요 기준으로 보지만 근로자는 생계비나 비교임금을 결정요소로 간주한다. 따라서 절실한 필요에 의한 것이든 정부의 권고안에 따른 것이든 임금체계 개편은 이와 같은 서로 다른 임금에 대한 이해의 폭을 줄이는 노력에서 출발해야 한다. 임금을 바라보는 정반대의 시각을 인정하면서 우리 회사가 갖는 임금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임금의 본질에 대한 공감대는 회사의 임금에 대한 철학을 공고히 하고 현실화함으로써 형성할 수 있다. 임금에 대한 철학은 개별기업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근로자와 공감할 수 있는 본질은 ‘고임금, 저인건비’다. 근로자 입장에서 임금은 최고 수준을 추구하면서 경영자에게 비용인 인건비는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개별 근로자의 니즈를 만족하면서도 경영자의 니즈도 만족시키는 철학이 그것이다. ‘고임금, 저인건비’를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으로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
공유된 임금 철학은 신뢰가 바탕이고, 우리 회사에서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방법은 적은 부분부터 성과에 근거해 근로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실적에 따라 임금의 일부에라도 적용, 실행한다. 이로써 임금은 고정적이지 않고 성과에 따라 변동된다는 것, 그것은 예정된 임금보다 많아진다는 것, 그리고 그 성과분은 근로자가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을 인식시키는 게 경영자의 몫이다. 이때 임금에 대한 갈등은 줄어들게 되고 경영자는 임금을 생산성에 연동할 수 있다.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은 임금관리적인 부분에서 기업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분명하다. 임금체계 개편을 검토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황에서 정부의 권고안은 분명 기준이 될 것이다. 근로자를 참여시키고 실행으로 신뢰를 얻어야 임금체계를 경쟁력 있게 만들수 있다.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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