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차 대명사 롤스로이스, 車를 파는 게 아니라 욕구를 팝니다

입력 2014-03-28 07:01   수정 2014-05-16 17:28

Best Practice - 고급차 대명사 롤스로이스

맞춤제작 고집
외관 색상·내장재 등 모두 고객 '마음대로'

'제2전성기' 질주
2013년 3600대 판매…2년째 사상 최대 실적
3040타깃 '레이스'…2014년 예약 끝나 '돌풍'



[ 김동윤 기자 ]
1904년 영국에서 탄생한 롤스로이스는 오랫동안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최정상 자리를 고수해왔다. 전성기 때는 회사 측이 고객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능력 등을 감안해 차를 팔기도 했다. 한마디로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차가 아니었다. 롤스로이스는 그러나 2002년 독일 자동차 업체 BMW로 주인이 바뀌게 된다. 실적 부진이 주원인이었다. BMW로 인수된 직후 롤스로이스는 최고급 모델인 ‘팬텀’을 공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호화로운 자동차의 부활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난 현재 롤스로이스는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600대의 자동차를 팔아치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같은 실적 호전을 이끈 힘은 신흥 시장국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맞춤제작과 고객 연령대 확장 전략 두 가지라는 평가다.

신흥국 부자 대상 맞춤제작 주효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4월께 “영국 경제는 ‘트리플 딥’을 향해 가고 있지만 롤스로이스와 같은 고급 자동차 업체들에 경기침체는 이미 지나간 과거 얘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최근 몇 년 새 롤스로이스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였다. 롤스로이스는 2012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사상 최대 판매대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롤스로이스가 최근 몇 년간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로 중동 중국 등 신흥시장국에서 부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맞춤 제작 전략을 펼친 것을 꼽았다. 롤스로이스는 글로벌 시장 조사 과정에서 두 가지 특징에 주목했다. 우선 선진국의 부자들은 과거보다 크기가 작고, 연비가 좋고,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선호하는 반면 신흥시장국 부자들은 보다 럭셔리한 대형차를 선호했다. 아울러 신흥시장국 부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주요 목적은 ‘과시’보다는 ‘자기 만족’에 있다는 것이었다.

롤스로이스는 이런 점에 착안해 중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국가에서 자동차를 제작할 때 세밀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고객의 요구와 취향을 반영했다. 가령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총 4만4000가지 색상 중 외관 색상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 내장재의 경우 악어가죽, 타조털, 토끼털 등 고객이 어떤 소재를 원해도 즉각 반영했다. 제임스 웨런 롤스로이스 홍보담당 이사는 “우리는 자동차 제작에 관한 한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다”며 “고객이 어떤 요구를 해도 항상 ‘당연히 가능하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아부다비 지역에서 판매되는 롤스로이스의 기본 가격은 20만유로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내부장식 등을 위해 추가로 5만유로를 쓴다고 롤스로이스 측은 전했다. 물론 맞춤 제작은 롤스로이스가 설립 초기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웨런 이사는 그러나 “신흥시장국에서는 그 지역 고객 특유의 요구와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평가했다.

젊은 층도 새 고객으로 확보

롤스로이스는 한때 영국 왕실을 위한 맞춤형 자동차를 공급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장년층을 위한 최고급 자동차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이런 브랜드 이미지는 롤스로이스가 성공한 원동력이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 고객층을 확장하는 데 한계로도 작용했다. 최근 몇 년간 롤스로이스의 실적 성장은 이런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한 시도가 성공을 거둔 결과라는 분석이다.

롤스로이스는 작년 1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신차 ‘레이스(Wraith)’를 출시했다. 당시 회사 측은 “자수성가한 30, 40대 남녀 고객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며 “이들 연령대는 예전 같았으면 10~20년 후

나 롤스로이스의 고객이 됐을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의 주 타깃은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의 젊은 벤처 갑부들이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스는 “벤처 기업을 창업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거액의 부를 거머쥔 실리콘밸리의 벤처 갑부들 사이에선 롤스로이스의 ‘레이스’를 모는 것이 새로운 유행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롤스로이스는 작년 11월 미국시장에서 레이스 판매를 개시했는데, 올해 말까지 생산 가능한 물량에 대한 예약이 이미 완료됐다. 회사 측은 사전예약 고객 중 70%가량이 과거에는 롤스로이스의 차를 한번도 구매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신규고객 확장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롤스로이스 로스앤젤레스 판매법인의 세일즈 매니저 멜리사 페리는 “포르쉐나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에나 열광하던 젊은 층이 최근 들어 레이스의 새로운 고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분간 고성장세 지속될 것

롤스로이스의 약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에서 고급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 것이란 이유에서다. 중국에서의 고급차 판매대수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36% 증가했다.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 증가율 26%보다 10%포인트 높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20년까지 중국에서의 고급차 판매대수는 연평균 12%가량의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롤스로이스와 더불어 고급차 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재규어랜드로버(JLR)의 최고판매책임자 필 폽햄은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향후 10년간 45%가량 확대될 것”이라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뿐 아니라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서도 고급차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고급차 시장은 이처럼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새로운 경쟁자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어 롤스로이스의 고성장 가능성을 점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고급차는 시장 진입이 매우 어려운 분야”라며 “폭스바겐조차 아우디라는 고급차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30년에 걸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적했다. 컨설팅회사 KPMG는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 3사가 최근 중국의 고급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지만 중국 부자들은 이미 롤스로이스와 같은 유럽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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