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가격경쟁력 앞세워 英·이스라엘 등 제쳐
"1000대 수출 목표…경제파급효과 32조 달할것"
[ 김대훈 기자 ]
국산 경공격기인 FA-50의 필리핀 수출이 성사됐다.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과 오영호 KOTRA 사장,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2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볼테어 가즈민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FA-50 12대를 4억2000만달러(약 4488억원)에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FA-50은 KAI와 미국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해 한국 공군이 운용 중인 고등훈련기 T-50 계열의 경공격기다. 최대 음속의 1.5배로 날 수 있고 최첨단 전자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고등 훈련과 공격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T-50계열 항공기의 수출은 2011년 인도네시아 16대, 작년 12월 이라크 24대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계약은 정부 간 거래 방식으로 이뤄졌다. 필리핀의 다목적 전투기 구매 사업을 KAI가 수주했고 방사청과 현지 대사관이 지원을, KOTRA가 정부 대표로 계약을 맡았다.
KAI는 2017년 말까지 차례로 필리핀 공군 측에 항공기를 인도할 계획이다. KAI는 이번 수출의 산업 파급 효과를 중형 자동차 1만2000대를 한꺼번에 수출했을 때와 맞먹는 약 1조원 규모로 추정했다. KAI와 정부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미국 보츠와나 아랍에미리트 태국 페루 등에 T-50 계열 항공기 추가 수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FA-50의 필리핀 수출이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KAI 측의 적극적인 수주 활동과 현지 대사관 및 정부의 적극적 세일즈 외교를 통해 수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M-336’, 체코 L-159, 스웨덴·러시아 ‘야크-130’, 영국의 ‘호크’ 등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에는 그리핀과 중고 F-16을 내세운 스웨덴, 이스라엘(KFIR 전투기) 등이 경쟁자로 부상했다. 필리핀 공군은 2002년 F-4, F-5 등을 도태시킨 뒤 10여년 넘게 헬기와 훈련기만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성능이 더 좋은 전투기를 들여오길 원했다.
KAI 협상팀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고 고성능 전투기를 보유하기 전 전술입문 훈련을 할 수 있는 FA-50이 최적의 선택임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FA-50 선정이 유력해진 상황에서는 필리핀의 ‘내환’이 발목을 잡았다. 세부 협상을 시작한 작년 8월 필리핀에서 대홍수가 발생했고 10월에는 지진, 11월 초순 태풍 하이옌 등이 밀어닥쳐 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진 것이다.
정부와 KAI 측은 필리핀 쪽 핵심 결정권자와 상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주요 의사결정 시점마다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난관을 뚫었다.
KAI 측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2017년께 본격화할 미국의 차기 고등훈련기(TX) 사업에 본격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물량이 500대 규모에 달하고 사업을 따내면 세계 고등훈련기의 표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성용 KAI 사장은 “필리핀 수출 성공은 진입장벽이 높은 세계 군용기 시장에서 국산 항공기가 수주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쾌거”라며 “다른 나라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KAI 관계자는 “향후 T-50계열 항공기 1000대를 세계 시장에 수출한다는 게 목표”라며 “이에 성공하면 기계와 전자제어, 무선통신 분야 국가기술 역량이 모두 결합되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경제파급 효과가 32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