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기자 ]
멕시코의 옛 자취를 따라갔다. 그곳엔 아름다운 호반의 삶이 영롱히 빛났고, 유머와 해학의 얼굴로 관람객을 맞는 아즈텍 유물들이 가득했다. 소치밀코와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공원, 그 공원 안의 국립문화인류학박물관을 거쳐 3문화 광장까지의 여정이 시작된다.
아름다움 호수 위의 삶 소치밀코
과거 멕시코시티는 분지 지형의 거대한 호수 안에 자리한 물의 도시였다. 스페인은 멕시코를 점령한 후 대부분의 수상 지역을 모두 흙으로 메웠다. 스페인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감동했기 때문인지 아즈텍 문명의 주요 지점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소치밀코는 모든 것이 흙으로 덮이는 가혹한 운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수상도시다. 현재 소치밀코는 멕시코시티에서 남쪽으로 28㎞ 떨어져 있는 작은 행정구 중 하나지만 14~16세기에는 아즈텍 왕조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이었으며 당시 귀족들의 본거지였다.
소치밀코에서 유유자적 즐기는 뱃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수상공원으로 들어서자 주변의 녹음이 반영돼 푸르게 빛나는 물 위로 형형색색의 곤돌라가 가득하다. 곤돌레로(노젓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물길을 가르다 보면 꽃을 파는 상인, 먹거리를 파는 상인, 기념품을 파는 상인 등이 노를 저어 다가와 물건을 건넨다.
사진만 찍고 그들이 건네는 물건을 외면하기가 어려워 옥수수를 하나 샀다. 고소한 옥수수를 톡톡 씹으며 망중한을 즐기다 보면 뱃놀이의 흥에 취한 정신은 아득해진다. 몽롱한 기분을 마음껏 누리던 중, 어디선가 멋진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건너편 곤돌라에서 마리아치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귀에 익은 ‘베사메무초’의 선율이 호수 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오롯이 새겨진다.
차풀테펙공원과 국립문화인류학박물관
멕시코시티의 중심인 소칼로 광장에서 레포르마를 따라가다 보면 차풀테펙공원이 나온다. 도시의 허파 역할을 담당하는 공원답게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하거나 피크닉을 즐긴다. 차풀테펙공원 안에는 문화인류학박물관, 역사박물관, 차풀테펙성 등이 자리하고 있어 멕시코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처다.
멕시코 고대 문명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인류학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물관 입구에는 버섯 모양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있는데 이는 생성과 소멸의 끊임없는 운동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다. 기둥을 지나 들어간 1층에는 고대 인디오 문명의 유물을 모아놓은 12개의 전시실이, 2층에는 고대 문명의 후예들이 일궈낸 다양한 민족의 유물들을 모은 10개의 전시실이 체계적으로 구획돼 있다.
1층 전시실 중앙에는 아즈텍 문명의 최고 유물인 태양석이 있는데 무게 24t, 직경 3.5m의 거대한 규모로 아스텍 달력과 우주관을 기록한 석조 유물이다. 1521년 스페인이 아즈텍을 정복하면서 그들의 믿음체계를 파괴하고 기독교 신앙을 이식하기 위해 땅에 묻어둔 것을 1790년 시청 공사 도중 발견해 복원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석조상은 유쾌하고 해학적인 표정으로 농담을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압도적인 눈빛과 카리스마로 겁박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수많은 유물이 숨겨둔 다양한 과거의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관람하다 보면 시간은 화살처럼 쏜살같이 흐른다.
박물관을 나와 차풀테펙성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에서 오르막을 따라 걸어 오르는 길, 봄 소풍을 나온 어린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오르막 끝에 자리한 차풀테펙성은 오스트리아 황제 막스밀리아노가 살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당시 지배계층의 화려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면 1층 야외정원에 닿는다.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 주변의 테라스 아래로는 짙푸른 녹음으로 가득하고 녹지 너머로는 멕시코시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가 겪은 아픔과 조우하다, 3문화 광장
말 그대로 3개 문화가 공존하는 유적 터다. 수천 년에 걸친 수난의 역사가 한 곳에 모여 있어 3문화 광장이라고 불린다. 아즈텍 유적인 틀라텔롤코(아즈텍 제국 최대의 상업도시)와 16세기에 세워진 산티아고 성당, 그리고 현대의 외무부 건물이 모인 이곳은 어딘지 황량한 느낌이다. 16세기까지 아즈텍에서 가장 큰 시장이 열렸던 틀라텔롤코는 과우테목 왕이 스페인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폐허의 공간인 듯 느껴지는 유적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면 산티아고 성당에 닿는다. 스페인은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것을 자축하기 위해 아즈텍 피라미드에서 뜯어 낸 돌로 이곳에 산티아고 성당을 지었다. 성당의 벽면엔 총탄의 흔적이 가득하다. 1968년 시민 1만여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정부군의 발포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사건의 현장임을 증명한다. 그래서인지 3문화 광장의 모든 것은 서글프게 느껴진다. 3문화 광장에는 사라진 유적들과 억압된 민중의 슬픔이 고요히 묻혀 있다. 침략과 파괴, 약탈과 억압의 역사를 고스란히 겪어낸 광장에선 모두가 엄숙해진다.
여행팁
인천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직항은 없다. 미국(LA), 일본(도쿄), 캐나다(밴쿠버)를 경유해 멕시코시티 노선으로 입국하는 방법이 있다. 베니토 후아레스공항에서 멕시코시티 시내까지 정액요금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택시 티켓은 공항 내 티켓 창구에서 구입한다. 대중교통은 11개 노선의 지하철이 있어 편리하다. 택시를 탈 경우 반드시 미터기를 확인해야 한다. 공용어는 스페인어이며 영어가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스페인어 몇 가지는 익혀두는 것이 편하다.
화폐는 페소를 사용한다. 멕시코시티는 해발고도 2240m의 고지대이므로 개인에 따라 고상 증세를 겪을 수 있으니 상비약을 챙겨가자. 치안은 지역에 따라 불안정하다. 도심 번잡한 곳에서나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할 경우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관광지를 제외한 외딴 지역을 혼자 여행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멕시코시티(멕시코) = 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
멕시코의 옛 자취를 따라갔다. 그곳엔 아름다운 호반의 삶이 영롱히 빛났고, 유머와 해학의 얼굴로 관람객을 맞는 아즈텍 유물들이 가득했다. 소치밀코와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공원, 그 공원 안의 국립문화인류학박물관을 거쳐 3문화 광장까지의 여정이 시작된다.
아름다움 호수 위의 삶 소치밀코
과거 멕시코시티는 분지 지형의 거대한 호수 안에 자리한 물의 도시였다. 스페인은 멕시코를 점령한 후 대부분의 수상 지역을 모두 흙으로 메웠다. 스페인이 이곳의 아름다움에 감동했기 때문인지 아즈텍 문명의 주요 지점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소치밀코는 모든 것이 흙으로 덮이는 가혹한 운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수상도시다. 현재 소치밀코는 멕시코시티에서 남쪽으로 28㎞ 떨어져 있는 작은 행정구 중 하나지만 14~16세기에는 아즈텍 왕조의 수도였던 테노치티틀란이었으며 당시 귀족들의 본거지였다.
소치밀코에서 유유자적 즐기는 뱃놀이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수상공원으로 들어서자 주변의 녹음이 반영돼 푸르게 빛나는 물 위로 형형색색의 곤돌라가 가득하다. 곤돌레로(노젓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물길을 가르다 보면 꽃을 파는 상인, 먹거리를 파는 상인, 기념품을 파는 상인 등이 노를 저어 다가와 물건을 건넨다.
사진만 찍고 그들이 건네는 물건을 외면하기가 어려워 옥수수를 하나 샀다. 고소한 옥수수를 톡톡 씹으며 망중한을 즐기다 보면 뱃놀이의 흥에 취한 정신은 아득해진다. 몽롱한 기분을 마음껏 누리던 중, 어디선가 멋진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건너편 곤돌라에서 마리아치밴드가 연주를 시작했다. 귀에 익은 ‘베사메무초’의 선율이 호수 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오롯이 새겨진다.
차풀테펙공원과 국립문화인류학박물관
멕시코시티의 중심인 소칼로 광장에서 레포르마를 따라가다 보면 차풀테펙공원이 나온다. 도시의 허파 역할을 담당하는 공원답게 많은 시민들이 운동을 하거나 피크닉을 즐긴다. 차풀테펙공원 안에는 문화인류학박물관, 역사박물관, 차풀테펙성 등이 자리하고 있어 멕시코 시민들이 즐겨찾는 휴식처다.
멕시코 고대 문명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문화인류학박물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박물관 입구에는 버섯 모양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 있는데 이는 생성과 소멸의 끊임없는 운동을 상징하는 생명의 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다. 기둥을 지나 들어간 1층에는 고대 인디오 문명의 유물을 모아놓은 12개의 전시실이, 2층에는 고대 문명의 후예들이 일궈낸 다양한 민족의 유물들을 모은 10개의 전시실이 체계적으로 구획돼 있다.
1층 전시실 중앙에는 아즈텍 문명의 최고 유물인 태양석이 있는데 무게 24t, 직경 3.5m의 거대한 규모로 아스텍 달력과 우주관을 기록한 석조 유물이다. 1521년 스페인이 아즈텍을 정복하면서 그들의 믿음체계를 파괴하고 기독교 신앙을 이식하기 위해 땅에 묻어둔 것을 1790년 시청 공사 도중 발견해 복원했다.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석조상은 유쾌하고 해학적인 표정으로 농담을 건네는 것 같기도 하고, 압도적인 눈빛과 카리스마로 겁박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수많은 유물이 숨겨둔 다양한 과거의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관람하다 보면 시간은 화살처럼 쏜살같이 흐른다.
박물관을 나와 차풀테펙성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에서 오르막을 따라 걸어 오르는 길, 봄 소풍을 나온 어린이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오르막 끝에 자리한 차풀테펙성은 오스트리아 황제 막스밀리아노가 살던 곳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기능하고 있다. 당시 지배계층의 화려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오면 1층 야외정원에 닿는다. 아름답게 조성된 정원 주변의 테라스 아래로는 짙푸른 녹음으로 가득하고 녹지 너머로는 멕시코시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가 겪은 아픔과 조우하다, 3문화 광장
말 그대로 3개 문화가 공존하는 유적 터다. 수천 년에 걸친 수난의 역사가 한 곳에 모여 있어 3문화 광장이라고 불린다. 아즈텍 유적인 틀라텔롤코(아즈텍 제국 최대의 상업도시)와 16세기에 세워진 산티아고 성당, 그리고 현대의 외무부 건물이 모인 이곳은 어딘지 황량한 느낌이다. 16세기까지 아즈텍에서 가장 큰 시장이 열렸던 틀라텔롤코는 과우테목 왕이 스페인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폐허의 공간인 듯 느껴지는 유적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가면 산티아고 성당에 닿는다. 스페인은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낸 것을 자축하기 위해 아즈텍 피라미드에서 뜯어 낸 돌로 이곳에 산티아고 성당을 지었다. 성당의 벽면엔 총탄의 흔적이 가득하다. 1968년 시민 1만여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다 정부군의 발포로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사건의 현장임을 증명한다. 그래서인지 3문화 광장의 모든 것은 서글프게 느껴진다. 3문화 광장에는 사라진 유적들과 억압된 민중의 슬픔이 고요히 묻혀 있다. 침략과 파괴, 약탈과 억압의 역사를 고스란히 겪어낸 광장에선 모두가 엄숙해진다.
여행팁
인천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직항은 없다. 미국(LA), 일본(도쿄), 캐나다(밴쿠버)를 경유해 멕시코시티 노선으로 입국하는 방법이 있다. 베니토 후아레스공항에서 멕시코시티 시내까지 정액요금 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택시 티켓은 공항 내 티켓 창구에서 구입한다. 대중교통은 11개 노선의 지하철이 있어 편리하다. 택시를 탈 경우 반드시 미터기를 확인해야 한다. 공용어는 스페인어이며 영어가 거의 통용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스페인어 몇 가지는 익혀두는 것이 편하다.
화폐는 페소를 사용한다. 멕시코시티는 해발고도 2240m의 고지대이므로 개인에 따라 고상 증세를 겪을 수 있으니 상비약을 챙겨가자. 치안은 지역에 따라 불안정하다. 도심 번잡한 곳에서나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할 경우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한다. 관광지를 제외한 외딴 지역을 혼자 여행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멕시코시티(멕시코) = 문유선 여행작가 hellomygra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