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작열하는 태국…물벼락 맞고 행운 얻어올까

입력 2014-03-31 07:11  

태국?물축제 송끄란?

水 적셔라~?젖어라~ 물벼락은?축복이다




태국식 달력에서 한 해는 4월에 시작된다. 태국은 사계절 대신 건기와 우기가 날씨를 지배하는 나라. 4월은 연중 가장 더운 시기다. 열대성 국지 호우인 스콜이 찾아오기 전, 건기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지면은 열기로 이글거리고, 조금만 돌아다녀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그토록 뜨거운 날씨에 걸맞게 태국 사람들은 지상에서 가장 독특한 방식으로 새해 인사를 한다.

송끄란, 새해를 맞는 축제

“싸왓디 삐 마이!(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쾌한 인사와 함께 거리 곳곳에서 물벼락이 쏟아진다.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행인들은 물총을 사방에 난사한다. 가게의 상인들은 아예 양동이째 물을 퍼붓는다. 태양이 작열하던 골목은 어느새 시원한 물줄기로 흥건해진다. 이토록 즐거운 난장판, 태국 최대의 축제 송끄란의 진풍경이다.

신나는 물의 축제 송끄란. 송끄란은 ‘지나간다’를 뜻하는 태국어다. 그 옛 모습은 좀 더 조용하고 경건했다. 송끄란은 수코타이 왕조 때 태국 북부에서 시작했는데, 지금도 치앙마이를 비롯한 북쪽 지역에는 그 원형이 잘 남아 있다. 축제가 시작되는 4월13일, 사람들은 세 가지 허브를 사용해 정화수를 만든다. 향기로운 정화수에는 한 해 동안 저지른 과오를 용서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물을 부으며 인사를 건네고, 윗사람은 덕담을 들려준다. 바나나 잎으로 배를 만들어 손톱과 머리카락을 넣고 호수에 띄우는 끄라통 의식에서는 신비마저 느껴진다. 사원에 있는 불상을 물로 씻는 것도 송끄란의 중요한 일정이다. 불상에 부은 물을 축복받았다고 여기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물로 자신의 몸을 한 번 더 씻어내린다.

태국 거리는 온통 물의 전쟁

수세기가 흐르는 동안 정화와 염원의 의식은 시끌벅적한 물의 축제로 발전했다. 북적이는 거리에서 송끄란의 목적은 단 하나로 명료하게 모아진다. 물총, 호스, 드럼통, 들고 있는 도구가 무엇이든 사정 없이 적셔버릴 것! 눈 앞에 있는 사람이 생전 처음 보는 이라 해도 상관 없다. 축제 기간 동안 길 위의 행인들은 더없이 친밀한 적군으로 변한다. 어떤 여행자들은 아예 수영복을 입고 길로 나섰다. 트럭 위에 올라탄 젊은이들은 물을 가득 담은 양동이를 들고 거리를 질주한다. 허공에서 물 세례가 쏟아진다.

삼륜택시 툭툭에 탄 승객들 역시 사방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물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회반죽 ‘딘소 펑’을 얼굴에 바른 소녀들이 햇빛처럼 밝게 웃으며 물줄기를 피해 달아난다. 노란색, 핑크색, 파란색 물이 공중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일군의 행인들이 웃옷을 벗어젖히고 신나는 전쟁에 동참한다. 송끄란과 무관하게 태국을 방문했다 해도 거리에서 물 세례를 피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낫다. 차라리 물총을 구비한 채 거리로 뛰어들자. 그 기원에서 알 수 있듯 송끄란의 물벼락은 축복의 의미다. 흠뻑 젖은 사람들은 화내는 대신 크게 웃으며 감사 인사로 화답한다.

신년에 먹을 수 있는 별미 ‘카오채’

지역에 따라 송끄란 축제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다. 방콕 같은 대도시의 풍경은 평소보다 한산하다. 한국의 설처럼 태국 사람들도 축제 기간에 일을 쉬고 고향을 방문한다. 그 여백을 메우는 것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 방문객들이다. 카오산 로드에서는 젊은 여행자들의 성지답게 24시간 내내 축제가 이어진다. ‘물의 축제’는 식탁 위에서도 이어진다. 태국의 새해 음식은 자스민향이 나는 물에 찬 밥을 말아 반찬과 함께 먹는 ‘카오채’다. 여자들이 음식을 준비하면 남자들은 망고, 수박, 멜론 등을 예쁘게 깎아 찬 위에 올린다. 현지인들의 가정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음식이지만, 송끄란 기간에는 카오채를 판매하는 호텔과 식당들이 제법 많다.

열정과 낭만이 있는 카오산 로드

송끄란은 태국 전역에서 펼쳐진다. 어떤 지역을 방문해도 물의 축제에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여행자의 기분을 만끽하며 파티처럼 요란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역시 방콕 만한 곳이 없다. 방콕은 범속한 안락을 허락하지 않는 도시다. 건기의 뜨거운 숨결 아래, 시장의 노점들과 싸구려 숙소들은 온갖 색채와 냄새로 뒷골목을 점거한다.

저녁이 찾아오면 그 풍경은 또 다른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다. 열대난의 꽃잎 대신 화려하게 차려 입은 드래그 퀸들이 거리를 치장하고, 격렬하게 깜빡이는 네온사인이 한낮의 직설적인 태양을 대신한다. 방콕 시내를 관통하는 차오프라야 강 역시 황홀한 야경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야시장의 흥정과 삼륜 택시 툭툭의 배기음은 밤 늦은 시간까지도 멈출 줄 모른다.

방콕의 중심부인 씨암과 칫롬은 거대한 쇼핑 지구다. 특급 호텔들이 늘어선 스쿰빗에는 기막히게 맛있는 식당들과 천상의 휴식을 약속하는 스파들이 숨어 있다. 왕궁과 시청이 들어선 구시가에는 현지인들이 아끼는 식당이 많아 식도락가들이 유독 좋아하는 행선지다. 마지막으로 대체하기 힘든 매력을 품은 카오산 로드가 있다. 거리 공연, 기념품 가게, 여행사, 노천 카페, 근사한 술집 등 낭만과 열정이 흐르는 카오산 로드에서 발견할 수 없는 것은 드물다.

송끄란 축제의 원형 즐기려면 치앙마이로

전통적인 송끄란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치앙마이로 가야 한다. 치앙마이는 ‘북방의 장미’라 불리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도시다. 북쪽에 있는 데다 해발 300m의 고산지대라서 남쪽의 도시들보다 시원한 기후를 자랑한다. 치앙마이는 란나 타이 왕국의 옛 수도였다. 성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에 들어서면 고대 도시의 흔적을 지금도 만날 수 있다. 유서 깊은 돌길 위로 1000여개의 사원들을 돌아볼 수 있는데, 위풍당당한 모습과 섬세한 장식, 화려한 불상들이 시선을 뺏는다.

성곽 바깥에서는 오랜 역사 대신 치앙마이의 현재가 활기차게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태국 제2의 도시라는 수사를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치앙마이의 카오산 로드라 부를 수 있을 쁘라뚜 타페 지역은 즐겁고 분방한 젊음으로 빛난다. 쁘라뚜 타페의 바와 카페, 가게들이 이방인들의 아지트라면, 로터스 거리는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번화가다.

교외에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치앙마이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이수텝은 태국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한 사원으로 황금을 깎아 만든 듯 휘황한 모습이 시야를 압도한다. 코끼리자연공원에서는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거나 함께 목욕하며 교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 인근의 소수 민족 문화를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는 바자르 시장을 둘러보는 일 역시 잊지 말자.

정미환 여행작가 clartee@naver.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