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오래 앉아있는 습관, 척추 건강에 해로워

입력 2014-04-01 16:15   수정 2014-04-01 16:21

-4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시 척추관협착증, 대사증후군, 당뇨병 발병 위험 높아

-앉아서 생활하는 틈틈이 가볍게 걷기, 스트레칭하면 도움



하루에 몇 시간이나 앉아서 생활하십니까? 이 질문에 4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직장인들은 앉아서 업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온 후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12시간을 앉아서 생활한다. 한국인에게 익숙해진 의자에 앉는 생활이 현대인들의 건강을 헤치고 있다.

◆‘앉기’로부터 시작되는 건강의 총체적 난국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좋은 식습관도 기른다. 하지만 하루 4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한다면 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앉는 습관이 어떻게 건강을 해치는 것일까. 장시간 계속해서 앉아 있으면 신체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성을 저하한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 저항성 또한 높아진다. 이는 대사증후군을 비롯하여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앉는 자세를 오랜 시간 취하면 척추 및 관절이 경직되고 피로도가 가중되어 근골격계 질환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고질적인 허리통증, 척추관협착증 의심해야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뻐근해지면서 욱신욱신 통증이 느껴진다. 허리 통증은 세계 인구의 9.4%가 겪고 있을 만큼 흔한 질환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요통은 한 번 발병하면 재발할 확률이 높다. 요통 환자의 60~80%가 2년 내 요통이 재발하며 이는 만성 요통으로 이어 질 수 있다. 6개월 이상 요통이 지속되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급격히 늘어난 서구식 생활습관으로 인해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자주 발병한다. 척추관은 뇌에서 나온 신경이 목뼈와 등뼈를 거쳐 허리, 다리로 가는 통로다. 잘못된 앉는 자세를 장시간 취하면 척추관이 좁아져 이곳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해 하반신에 통증이 발생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통증이 다리, 엉치, 발 등에서 발생하며 서거나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 오히려 앉으면 통증이 가라앉아 자신도 모르게 질환을 심화시킬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도수치료사가 환자 개개인에 맞게 구조적 변형과 통증의 원인의 개선을 돕는 도수치료(manual therapy), 최첨단의 메덱스 등을 통한 운동재활을 통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척추관협착증 치료로 각광받고 있는 ‘풍선확장술’은 조그만 풍선이 내장된 관을 협착 부위에 넣어 풍선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신경통로를 넓혀준다. 시술 시간이 30분 안팎으로 짧아 회복이 빠르고 흉터가 남지 않는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적당하다.

◆‘뱃살’? 앉아서 보내는 직장인에게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

많은 시간을 앉아서 업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뱃살’이다. 이는 의자에 앉는 생활 습관이 우리 신체 내부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는 신호. 앉은 지 약 1분 30초가 지나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연소하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체내 혈당 조절이 이뤄지지 않아 췌장에서 더 많은 인슐린이 생성된다. 인슐린은 혈당을 지방으로 바꾸어 저장하는데, 이로 인해 중성지방이 급격히 증가해 복부비만, 고지혈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인슐린 저항성은 체내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트려 혈당을 낮추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당뇨병과 심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년 여성은 앉아서 하는 생활을 특히 지양해야 한다.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팀이 폐경 이후의 중년 여성을 12년간 관찰한 결과 하루 11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 하는 중년 여성은 4시간 이하인 여성에 비해 12% 빨리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심장질환이나 암으로 사망하는 확률이 각각 27%, 20%로 높게 나타났다.

앉는 생활습관이 우리 몸에 해롭다고 해도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 둘 수 없는 노릇이다. 김상혁 부민병원 척추센터 과장은 “앉아서 생활하는 틈틈이 운동하면 큰 도움이 된다. 1시간 간격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을 통해 활동량을 늘리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앉는 자세도 중요하다”며 “업무를 하다 보면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목이 앞으로 빠지는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의식적으로 허리를 곧게 피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리를 꼬는 것은 척추를 휘게 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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