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등기 임원과 함께 상장사들의 평균 임금이 공개되자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 직원의 작년 평균 임금이 1억원을 넘었다’는 보도를 놓고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는 건 당연하다는 반응과 대기업과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데 누가 중소기업에 오겠느냐는 불만이 엇갈렸다.
이번 연봉 공개를 지켜보며 기자는 사회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적개심을 목격했다. 일부 오너들이 많지 않은 회사 이익에도 수십억~수백억원을 챙기는 건 비난받을 만했다. 그러나 월급쟁이가 말단에서 사장에 올라 수십억원을 받은 걸 뭐라고 하는 데 대해선 시기와 질투, 열등감 외엔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일부 중기 경영자마저 “중기에 청년이 오지 않는 게 삼성전자가 월급을 너무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를 보고선 정말 씁쓸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직원만 9만4242명(연간 평균)에 이른다. 평균 근속 연수 9년3개월인 이들에게 지난해 1인당 1억200만원씩 총 9조5750억원을 지급했다. 이 돈은 가정으로 흘러가 교육비 식품비 오락비 등으로 소비되거나 저축되고 일부는 세금으로 납부돼 우리 경제를 돌리는 힘이 됐을 수도 있다.
삼성이 직원에게 돈을 많이 주는 까닭은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인재 확보겠지만 그 밑바탕엔 ‘월급쟁이 천국을 만들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이 깔려 있다. 그는 1993년 신경영선언 때 임원들을 불러놓고 “나는 물려받은 재산의 이자의 이자만 받아도 산다. 당신들을 위해 좋은 회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외쳤던 사람이다. 2003년엔 갑작스레 “사원 봉급을 두 배로 높여줘라”고 지시해 인사팀과 다른 기업들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그리고 21년이 지난 올해 삼성전자 직원들은 1인당 1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 이런 문화가 쌓여 60억원대 연봉을 받는 월급쟁이 사장들이 탄생하는 삼성이 됐다. 기업가정신은 바로 이런 거다. 기업을 키워 가치를 창조하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 다른 회사가 월급을 많이 주는 걸 탓할 게 아니라, 월급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기업인들의 책무가 아닐까.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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