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배려·용서하는 부부생활 되길
이민재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ceo@mson.co.kr >
내가 태어나서 가장 사랑한 분은 아버지다. 그런데 58세에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때문에 아쉽고 그립고 지금도 아주 많이 보고 싶다. 우리 식구는 두 자매와 두 남동생을 포함해 6명이었는데 아버지는 두 딸을 유난히도 아끼셨다.
거나하게 약주를 하고 집에 오시면 아빠 양말 벗겨라, 팔다리 주물러라 하고는 늘 하시는 말씀이 “여자가 목소리가 크면 수치스러운 행동이다. 시집가서 생활할 때 설사 남편하고 싸워서 아침에 좋지 않은 얼굴로 출근시켰으면 저녁에 퇴근해 집에 오면 반드시 편안하고 웃는 얼굴로 맞이해라. 여자는 순종하는 미덕이 있어야 가정에 평화가 온다” 등 완전히 조선시대 양반댁 교육하듯 하셨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신랑한테 꼼짝 못 하고 집에서는 숨죽이고 산다.
45년을 남편과 함께 살면서 항상 좋은 날만 있었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이혼을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또 되새겼다. 아버지의 가르침과 함께 외할머니의 조언도 나를 지탱해 준 버팀목이었다. 외할머니는 나를 키우다시피 하셨기 때문에 자주 우리 집에 들르셨는데 인생을 오래 사신 경험에서 그런지 나의 속마음을 꿰뚫어보시고는 “얘야, 물 좋고 정자 좋고 반석 좋은 데가 없느니라. 수만 번의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라고 항상 조언해주셨다.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보던 어느 50대 중년 남성이 “우리가 한 번 결혼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산다는 게 지루하고 짜증나지 않아? 10년에 한 번씩 이혼하고 바꿔 살면 좋겠어. 당신 생각은 어때?”라고 말했다. 아내 왈 “10년이요? 10년은 너무 길죠. 5년, 3년 정도가 좋겠어요”라고 했단다. 솔직히 남녀가 결혼해서 이혼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으리라고 믿는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마치 유행인 것처럼 어찌 그리 쉽게 이혼을 하는가? 내 남편이 아내가 100% 마음에 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남남이 만나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넓게는 용서도 하며 살아야 한다. 또 내가 낳은 자녀들에게 아픔을 안겨주지 말아야 한다는 투철한 책임감이 있어야 가정의 평화가 오고 나아가서는 사회가 안정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결국 자신이 나이가 들었을 때 아름다운 면류관을 쓰는 날이 오지 않겠는가.
이민재 <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ceo@mso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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