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경쟁력 입증…10억弗 수출 청신호
[ 고은이 기자 ] 농협이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AEON)그룹에 한국의 신선농산물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대기업의 촘촘한 유통망을 확보하게 되면서 최근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한국 농산물의 수출에도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국내 수급 조절에도 유리
농협중앙회는 3일 6가량(2만달러 상당)의 안성 신고배를 이온그룹에 처음으로 수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안에 멜론(1만5000달러)과 애호박(1만5000달러)도 이온그룹에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이온그룹이 일본에 총 227개 자회사와 1만6000여개의 대형마트·편의점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유통업체라는 점에서 향후 한국 농산물의 일본 시장 진출 확대에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상길 농협 회원경제지원부 팀장은 “이온 같은 대형마트에서 신고배 등이 팔리게 되면 다른 업체 바이어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과 대만에 편중돼왔던 배 수출시장 다변화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이온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라 올 연말까지 300만달러 규모의 신선농산물을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엔 배(총 50만달러 수출 예상)와 애호박·멜론(100만달러)에 집중하고 하반기엔 양배추(100만달러) 위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상욱 농업경제 대표는 “신규 수출품목을 개발해 다양화된 품목으로 이온그룹과의 거래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온그룹의 홍콩 매장인 자스코에도 파파야와 멜론을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수출되는 신고배와 애호박, 멜론 등은 일본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은 품목들이다. 안성 신고배는 일본에서 배 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는 4~5월까지 보관이 가능해 일본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애호박은 일본에 없는 품종으로 최근 일본의 젊은 주부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껍질을 벗겨 놓은 양파는 일본 측이 수출을 공식 요청한 품목이다.
○2017년 10억달러 수출 달성
이번 수출을 계기로 최근 엔화 약세와 일본 내 반한감정 확산 등으로 위축돼왔던 대일본 농산물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띨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농협의 대일본 농산물 수출은 2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0.6% 급감해 동남아(28.3% 증가)와 중국(24.3% 증가) 등에 비해 실적이 참담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판매조직의 핵심역량을 농산물 수출에 쏟아부을 것”이라며 “대일본 수출을 기반으로 올해 농협의 수출 4억달러, 2017년엔 10억달러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u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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