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네이버
세계시장선 아직 약소기업
라인·밴드·후스콜에 집중…확실한 '글로벌 안타' 칠 것
일본시장 성공으로 자신감
유럽·북미사업 더욱 확대…와츠앱과 진검승부 각오
[ 안정락 / 임근호 기자 ]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네이버는 ‘온라인 골목상권’을 침해한 공룡포털 대기업이란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김 대표는 위기가 닥치자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지난해 7월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다짐했다.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했고, 공정위는 네이버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안하는 ‘동의의결’을 통해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악재가 마무리되면서 네이버의 경영 여건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회사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제2의 성장동력’을 확실히 찾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란 두 가지 키워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라인이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라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이버는 일본 시장에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일본에 법인을 만들어 ‘한게임’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인 적이 있고, 네이버재팬의 검색 사업 등도 진행해 왔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며 10년 이상 일본 시장에 투자를 이어온 경험이 쌓여 왔던 것입니다. 일부에선 라인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하는 데 단순히 타이밍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페이스북이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하는 등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를 보면서 모바일 메신저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은 네이버 입장에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쟁은 격화되고 있지만 ‘진검 승부’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회사들과 싸워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럽과 북미 등 아직 네이버가 활발히 진출하지 못한 시장에서 더욱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TV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외국 인터넷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휩쓰는 상황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낸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지금도 비슷합니까.
“제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 기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최근엔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강력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과 같은 중국 인터넷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데 이어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지요. 한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피부에 와닿고 있는 실정입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회사에 인수되거나 투자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어 걱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해 공정위 조사가 일종의 ‘역차별’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듯한데요.
“그런 어려움이 있긴 했습니다. 한편으론 중국 기업들이 부럽기도 했죠. 하지만 네이버가 갖고 있는 영향력이나 위상 등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해야 발전하고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선 장기적으로 약이 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라인은 대성공을 거뒀지만 이를 제외하면 네이버에 별다른 무기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사실 네이버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과 비교할 때 아직은 작은 약소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란 사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잘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큰 투자를 했다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분야에 ‘포커스’를 잘해 확실한 안타를 잘 쳐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팅 존’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 상태라 할까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집중하는 분야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란 두 가지 키워드입니다.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밴드’, 전화번호 식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후스콜’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이런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글로벌 공략의 교두보로 ‘웹툰’ 같은 콘텐츠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습니다. 앞으로 임기 동안 어떤 전략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 계획이십니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는데 ‘히든 챔피언’이란 책을 쓴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으로부터 강한 중소기업의 특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분권화’입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철저한 권한 위임을 통해 작은 ‘벤처’들이 모여 있는 회사로 네이버를 빠르게 변화시켜야겠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런 분권화를 통해 전문화하면서도 빠른 조직으로 만들 것입니다.”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트렌드가 있습니까.
“웨어러블(입는) 전자기기나 빅 데이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네이버도 회사 안에 차세대 기술을 전담하는 조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시장도 관심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위해 또 다른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의 능력이 분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이 네이버가 살려면 구글처럼 무인 자동차에도 투자하고, ‘구글 글래스’ 같은 것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채용도 필수일 텐데요.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면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 자체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정락/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
세계시장선 아직 약소기업
라인·밴드·후스콜에 집중…확실한 '글로벌 안타' 칠 것
일본시장 성공으로 자신감
유럽·북미사업 더욱 확대…와츠앱과 진검승부 각오
[ 안정락 / 임근호 기자 ]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회사의 성장을 견인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는 등 네이버는 ‘온라인 골목상권’을 침해한 공룡포털 대기업이란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다.
김 대표는 위기가 닥치자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지난해 7월 직접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다짐했다.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했고, 공정위는 네이버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안하는 ‘동의의결’을 통해 사태를 일단락지었다. 악재가 마무리되면서 네이버의 경영 여건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회사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제2의 성장동력’을 확실히 찾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란 두 가지 키워드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라인이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라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네이버는 일본 시장에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일본에 법인을 만들어 ‘한게임’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인 적이 있고, 네이버재팬의 검색 사업 등도 진행해 왔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며 10년 이상 일본 시장에 투자를 이어온 경험이 쌓여 왔던 것입니다. 일부에선 라인이 일본 시장에 진출한 타이밍이 좋았다고 말하는 데 단순히 타이밍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공 모델을 찾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최근 페이스북이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을 인수하는 등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무엇입니까.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를 보면서 모바일 메신저가 차세대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은 네이버 입장에서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쟁은 격화되고 있지만 ‘진검 승부’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덩치가 큰 회사들과 싸워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럽과 북미 등 아직 네이버가 활발히 진출하지 못한 시장에서 더욱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TV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외국 인터넷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을 휩쓰는 상황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낸 적도 있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지금도 비슷합니까.
“제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국내 기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최근엔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강력히 부상하고 있습니다. 텐센트 바이두 알리바바 등과 같은 중국 인터넷 업체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자국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데 이어 전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지요. 한국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피부에 와닿고 있는 실정입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회사에 인수되거나 투자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어 걱정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해 공정위 조사가 일종의 ‘역차별’로 느껴졌을 수도 있을 듯한데요.
“그런 어려움이 있긴 했습니다. 한편으론 중국 기업들이 부럽기도 했죠. 하지만 네이버가 갖고 있는 영향력이나 위상 등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고민해야 발전하고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선 장기적으로 약이 된 부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라인은 대성공을 거뒀지만 이를 제외하면 네이버에 별다른 무기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사실 네이버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과 비교할 때 아직은 작은 약소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란 사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잘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큰 투자를 했다가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분야에 ‘포커스’를 잘해 확실한 안타를 잘 쳐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히팅 존’을 그만큼 줄여야 하는 상태라 할까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집중하는 분야는 ‘모바일’과 ‘글로벌’이란 두 가지 키워드입니다.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밴드’, 전화번호 식별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후스콜’과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이런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글로벌 공략의 교두보로 ‘웹툰’ 같은 콘텐츠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습니다. 앞으로 임기 동안 어떤 전략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 계획이십니까.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는데 ‘히든 챔피언’이란 책을 쓴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으로부터 강한 중소기업의 특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분권화’입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철저한 권한 위임을 통해 작은 ‘벤처’들이 모여 있는 회사로 네이버를 빠르게 변화시켜야겠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런 분권화를 통해 전문화하면서도 빠른 조직으로 만들 것입니다.”
▷최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 트렌드가 있습니까.
“웨어러블(입는) 전자기기나 빅 데이터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네이버도 회사 안에 차세대 기술을 전담하는 조직이 있는데, 그곳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시장도 관심이 많은데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위해 또 다른 투자가 필요한데 우리의 능력이 분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들이 네이버가 살려면 구글처럼 무인 자동차에도 투자하고, ‘구글 글래스’ 같은 것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 채용도 필수일 텐데요.
“우수한 인재들이 미국이나 중국 시장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보면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국내 인터넷 업계에 자체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쉽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도 글로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정락/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