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에이스기계 사장, 포장박스 자동 접착기로 세계 우뚝…대기업 부럽잖은 中企 만들 것

입력 2014-04-04 07:01  

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독일·스위스와 나란히 경쟁
세계 3대 업체 반열 올라…미국 등 30개국 시장 개척

고속으로 접는 장치 개발…시간당 최고 7만장 제작
올해 매출 200억원 목표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한때 30건 넘는 특허 보유
산기대서 주경야독 열정도



[ 김낙훈 기자 ]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에이스기계는 ‘포장박스 자동 접착기’를 만드는 업체다. 이 회사는 국내 공장 종업원이 45명에 불과하지만 제품을 30여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이 분야의 강자로 인정받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차가운 바닷바람이 부는 지난 1월. 시화산업단지 오이도 부근에 있는 에이스기계(사장 이철·55)에 러시아 바이어 4명이 들어섰다. 이들은 공장 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기계작동 상태를 둘러본 뒤 한 명이 소리쳤다.

“우리는 진정한 ‘에이스(ace)’를 발견했다.”

이들 바이어는 그동안 세계 최고로 꼽히는 유럽 기계를 수입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에이스기계의 ‘포장박스 자동 접착기(Folding Carton Gluer)’가 돌아가는 모습을 살펴본 뒤 이 회사야말로 진정한 ‘에이스’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빈말이 아니었다. 설비의 속도나 정확성이 타제품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작업 모습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시간당 생산능력은 7만장에 달했다. 이 회사는 시간당 2만5000장 수준인 기존 설비에 비해 속도가 2.7배 늘어난 장치(고속으로 접는 시설:Fast Folder)를 개발해 2011년 신기술인증을 받기도 했다. 이 속도는 외국 제품의 최고 속도에 비해서도 40%가량 빠른 것이다.

길이가 13~18m에 이르는 이 장치는 상자를 접고 풀칠하는 자동화설비다. 모서리가 재단이 된 빳빳한 판지를 접고 접착해 상자를 만들어준다. 화장품 음료수 과자 등의 상자로 쓰인다. 일부 상자는 무척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다. 예컨대 맥주 6병을 담을 수 있는 상자는 접기와 풀칠 작업이 정교하게 이뤄져야 하고 3차원으로 작업이 진행된다. 상자 자체에 굴곡을 주는 작업도 병행된다.

이철 사장은 “우리 설비는 독일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러시아 미국 브라질 등 30여개국에 수출된다”며 “국제 무대에서 독일 스위스 한국이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기술면에서 외국 기업들에 비해 손색이 없을 뿐 아니라 바이어 중에는 우리 기계가 가장 낫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회사 브랜드인 ‘시그내처(signature)’는 품질의 상징으로 통한다. 각종 수상경력과 인증이 이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준다. 에이스기계는 최근 3년 동안 지식경제부장관상 2회 수상(신기술, 미래패키징-코리아스타상 기업부문 대상), 우수기술연구센터(ATC) 선정, 지식재산권(IP)스타기업 등 수많은 상과 인증을 받았다.

이 회사의 시화공장은 수출 선적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 기계들로 가득 차있다. 주문제작 형식으로 만들어지는데 일감이 몰려 주5일 잔업을 할 정도다. 지난해 매출은 115억원이었는데 올해 목표는 200억원으로 74% 늘려잡았다.

수출비중은 60%가 넘는다. 그동안 국내에 330대 공급했지만 외국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590대를 선적했다. 미주에 350대, 독일 등 유럽에 240대가 수출됐다.

중소기업에 불과한 이 회사가 국제 무대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20년 동안 외길을 걸으며 축적한 기술이다. 이 사장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인문계고 진학을 포기하고 부산기계공고를 다녔다. 부산기계공고는 1970년대 우수 기능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설립한 공업학교다. 금오공고와 쌍벽을 이루며 우수 인재들이 몰리던 곳이다.

해병대 제대 후 인쇄기계 수입 업체에서 6년간 일했던 그는 기계 구조를 유심히 살펴본 뒤 충분히 국산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입 판매를 통해 편안하게 먹고 살 수도 있었지만 ‘기계쟁이’ 기질과 발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그는 제조업 창업의 길을 택했다. 1993년 에이스기계의 간판을 단 공장이 부천에서 문을 열었다. 그의 나이 34세가 되던 해다. 165㎡ 규모의 작은 공장을 빌려 국산화에 나선 것이다. 이후 20년 넘게 국산화의 길을 걸으며 포장박스 자동 접착기를 생산하고 있다.

둘째 번 돈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 사장은 “우리 종업원이 45명인데 이 중 연구개발요원이 22%인 10명에 이른다”며 “그 정도로 연구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수많은 신규 고안과 발명을 했지만 특허 등록과 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핵심기술만 특허 등록을 해놨다.

이 사장은 “한때 30건이 넘는 특허를 갖고 있었지만 유지비용 때문에 상당수를 포기했고 지금은 핵심기술 7건에 대해서만 특허를 갖고 있다”며 “올해 4건을 추가 등록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정부 지원정책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그는 “KOTRA의 지사화사업을 활용해 해외시장을 개척했고 산업단지공단과 기업은행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반월·시화기업주치의센터의 경영컨설팅을 받아 경영혁신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가지 도전에 나서고 있다. 우선 시설 확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 1·4분기에 받은 오더가 이미 작년 같은 기간보다 80%가량 늘어난 상황이어서 공장이 포화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3300㎡ 규모인 현재의 임차공장으로는 제품 생산에 한계가 있어 인근 시화MTV(시화호를 매립한 산업용지)의 8250㎡ 부지를 분양받았고 설계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8년 베트남 호찌민에 공장(부지 9230㎡,건물 3300㎡ 규모, 종업원 60명)을 건설했지만 이 공장까지 합쳐도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하나는 기래업체와의 효율적인 ‘공급망관리(supply chain management)’ 체계 구축이다. 이 사장은 “우리 기계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1만개에 이른다”며 “이들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와 효과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제품의 품질 향상에 직결된다”고 밝혔다. 고속으로 돌아가는 설비의 부품 한 개라도 고장이 나면 전체 설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들 부품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 수출도 버거운데 효과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요 협력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너지를 확산시키는 작업에 들어갈 생각이다. 이게 ‘테마클러스터’ 사업이다. 기업 연구소 대학 지원기관 등이 공동으로 과제를 풀어나가는 활동이다. 이 사장은 테마클러스터 과제를 따낼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인 부품공급망 관리와 함께 품질 향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체계적인 이론 습득을 위해 저녁에는 대학생으로 변신한다. 공고 졸업 후 34년 만인 2012년 대학에 진학해 인근 산업기술대 3학년 학생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기계 금속 제어 자동화 등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 박사보다 더 많은 현장 지식을 갖고 있지만 아들뻘 학생들과 토론하며 주경야독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꿈은 ‘삼성 부럽지 않은 중소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면 대우나 복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제품이나 경영의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밤낮으로 뛰고 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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