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벌써 70만그루 枯死
제주·경남북 숲 절반 초토화
총력 대응에도 차단 어려워
日·대만선 아예 관리 포기
국내 소나무 모두 사라질 위기
[ 강경민 기자 ] 걸리기만 하면 100% 말라죽어 ‘소나무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애국가 가사에도 등장하는 소나무가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3개월 동안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은 소나무는 70만여그루에 달한다. 지난해엔 전국에서 154만그루가 말라죽었다. 연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하면 나무의 수분과 양분 이동 통로를 막아 100% 죽는다. 현재까지 치유 방법은 없다.
산림청은 “지난해 고온 현상에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재선충 생존에 좋은 기후조건이 갖춰져 수많은 소나무가 감염됐다”고 설명했다. 재선충병은 지금까지 전국 50여개 시·군·구에서 발생했으며 소나무가 많은 제주와 영남 지역의 피해가 극심하다. 제주는 전체 소나무숲(1만6284㏊) 면적의 40%가량이 재선충병에 감염됐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인 효례·하례천 일대와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 인근 소나무 숲도 이미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남은 전체 소나무숲의 절반가량이 감염돼 초토화됐다. 강원 지역에서도 지난해 6년 만에 재선충병이 재발해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재선충 청정 지역’이던 경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점차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문제는 다음달부터 재선충병이 더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는 대개 5월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감염된 소나무를 모두 잘라내는 것이다.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가 죽은 소나무에서 번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사목을 모두 잘라내더라도 솔수염하늘소는 3㎞가량을 날아다녀 병을 옮길 수 있다. 최소한 3㎞ 반경의 모든 소나무를 잘라내 공백지대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산림청 산림병해충과 관계자는 “3㎞가량의 숲을 모두 잘라내는 건 자연환경 보존 측면에서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1970년대부터 재선충병이 발생한 일본과 대만은 소나무 관리를 아예 포기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일본 전체 소나무숲의 90%가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죽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총력 대응에 나섰다. 제주도는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30여만그루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숲이 잘려나간 황량한 경관이 국내 대표 관광지인 제주도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게 고민거리다. 경기도는 재선충병이 확인된 11개 시·군 주변을 소나무류 반출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긴급 항공 방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재선충병이 발생한 지역의 목재류 반입 금지 등을 통해 재선충병이 서울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선충병이 서울에 들어올 경우 우리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남산의 모든 소나무가 말라죽게 된다”고 우려했다.
■ 소나무재선충병
0.6~1㎜ 크기의 재선충이 공생 관계인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다가 솔수염하늘소의 성충이 소나무 잎을 갉아 먹을 때 나무에 침입한다. 감염된 소나무는 100% 말라죽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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