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수정/이상은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4일 오전 5시22분
건설, 조선, 해운 등 업황 침체를 겪고 있는 기업들이 외부 감사를 마친 뒤 이익을 크게 축소해 정정공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잇따른 회계조작 스캔들로 감독당국이 감리 강화에 나서자 회계법인들이 고위험 업종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등 보수적 감사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33개 건설업체들의 2013년 실적공시를 분석한 결과 외부감사인 의견에 따라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을 기존에 공시한 수치보다 축소해 정정공시한 기업은 13곳(39.4%)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9곳(27.2%)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는 영업손실이나 순손실이 확대된 경우도 포함된다.
대개 10% 안팎이던 정정폭도 커졌다. 남광토건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71억원이라고 지난 2월 공시했지만, 대주회계법인 감사 이후 지난달 28일 영업손실을 233억원으로 정정공시했다. 당초 공시보다 세 배 이상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남광토건 관계자는 “회사와 감사인 집계 수치가 이렇게 많이 차이난 적은 처음”이라며 “미확정 채권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손실을 더 많이 인식해야 한다는 외부감사인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삼일회계법인 감사 이후 지난해 영업손실을 1109억원에서 2446억원으로 1300억원 넘게 추가 반영했다. 삼정회계법인이 감사인인 삼부토건은 정정공시에서 지난해 순손실을 1256억원에서 1766억원으로 40% 이상 늘렸다.
감사과정에서 회계법인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선박가격에 대한 외부평가기관인 삼정회계법인과 손실 인식 규모에 대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인은 현대상선 선박자산 손실 반영 규모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외부평가기관과 협의해 적정금액을 재산정했다”며 “조선, 해운업체들이 이번 결산 때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회계법인의 감사가 이처럼 ‘깐깐’해진 것은 부실감사에 대한 감사인 책임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상장 폐지된 포휴먼의 부실감사 책임을 물어 삼일회계법인에 ‘140억원을 소액투자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 투자자에 대한 감사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금융감독원도 회계감리를 강화하고 있다. 건설, 조선, 해운, 시스템 통합(SI) 업체들의 장기공사 계약 수익 인식과 신종증권 자본 분류기준 등에 대해 기획감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수정/이상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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