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Style
양복 장인이 제안하는 정장 연출법
[ 김선주 기자 ]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40·50대의 그루밍(grooming)’에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배우 지진희(43)는 잘 차려입고 싶긴 한데 마땅한 롤모델을 찾지 못하던 40·50대 남성들에게 한 번쯤 따라 해봄 직한 매력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누빔 재킷, 다양한 색깔의 머플러 등을 활용해 흐트러짐 없으면서도 고루해 보이지 않는 스타일을 제시했다. 중견기업 대표라는 극중 배역을 감안해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감각이 살아 있는 의상을 선택했다. 20·30대에 집중됐던 그루밍을 40·50대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드라마 밖 중장년층이 지진희처럼 ‘꽃중년’이 되긴 쉽지 않다. 자신의 취향만 고집하고, 남의 눈을 핑계 삼아 무난한 옷만 찾다 보니 천편일률적인 슈트만 고르기 일쑤다.
“당신의 ‘선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세요. 전문가의 조언을 경청하십시오. 그래야 슈트를 멋있게 입을 수 있습니다.” 최고급 맞춤 남성복 장인인 장준영 봄바니에(Bom Boniere) 대표(65)의 조언이다. 자신의 체형, 피부색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 종종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피부색이 가무잡잡하다면 짙은 회색이나 검정 등 어두운색을 피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존에 입어온 ‘안전한 색깔’을 고집한다는 얘기다. 까만 피부에는 옅은 회색과 짙은 회색 같은 중간 색상이 무난하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어깨가 좁은 편이지만 키가 작지 않다면 체크무늬 슈트가 제격이다. 어깨에도 적당히 패드를 넣어줘야 볼품없는 어깨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키가 작다면 짙은 색 슈트는 피해야 한다. 더 왜소해 보이기 때문에 베이지, 카멜 등 밝은 색깔의 옷감으로 만들어진 슈트를 골라야 한다.
슈트뿐 아니라 셔츠, 넥타이, 벨트, 구두 색상 선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맞춤 드레스셔츠의 옷깃(칼라)은 자신의 목 둘레, 목 길이, 어깨너비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목이 두껍고 짧다면 칼라가 밑으로 길게 뽑힌 ‘롱칼라’ 셔츠를 입어야 하는 식이다.
얼굴이 좁고 길면 칼라를 넓게 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이 더 길고 가냘파 보인다. 얼굴이 넓은 편이라면 칼라 폭을 좁혀야 갸름해 보인다. 목이 지나치게 길다면 칼라 높이를 보통 칼라의 0.7배 정도 높여야 한다.
아저씨 취급을 받기 싫다면 넥타이를 선택할 때도 슈트 색깔에 맞춰 골라야 한다. 짙은 회색 슈트를 택했다면 셔츠는 연하늘색이 잘 어울린다. 넥타이는 황금색과 와인색, 벨트는 짙은 갈색을 택한다. 베이지 슈트에는 연분홍색이나 연보라색 셔츠를 입어야 화사해 보인다. 넥타이는 와인색, 짙은 갈색이 적당하다. 벨트는 슈트와 같은 계열 색깔인 짙은 갈색으로 고른다.
카멜 슈트에는 연분홍색 셔츠, 짙은 갈색과 와인색이 뒤섞인 기하학 패턴 또는 잔꽃무늬 넥타이가 제격이다. 슈트 윗주머니를 장식하는 포켓 스퀘어는 슈트의 보조제품일 뿐이므로 너무 튀지 않는 색으로 한다. 벨트는 양복 색깔에 맞추되 얇은 것으로 고른다.
시계도 맞춤 슈트를 완성해 주는 대표적인 보조 제품이다. 지나치게 시계 알이 크고 번쩍이는데다 줄마저 금속성인 시계를 골랐다면 아저씨로 가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시계 알이 크지 않되 얇은 가죽 줄로 된 시계가 정통 슈트의 품격에 어울린다.
구두도 마찬가지다. 짙은 갈색 슈트에는 갈색 계열 구두를 고르는 식으로 슈트 색깔에 맞춰 신는다. 구두 앞부분이 밋밋한 단화는 면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에 양보해야 한다. 슈트를 입을 때는 끈이 제대로 달린 정통 남성화를 신는다. 구두 앞부분에 자잘한 구멍이 뚫린 남성화는 골프화처럼 보일 수 있어 더 나이 들어 보인다.
장 대표는 “가을에는 브라운, 다크그레이, 다크네이비 등이 유행하지만 봄에는 라이트그레이 등 밝은색 슈트가 어울린다”며 “2~3년 전부터 스트라이프 무늬보다 체크무늬 슈트가 유행하고 있는데 중후하고 복고풍 같으면서도 흔한 무늬가 아니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양복 장인이 제안하는 정장 연출법
[ 김선주 기자 ]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40·50대의 그루밍(grooming)’에 획을 그은 작품으로 꼽힌다. 배우 지진희(43)는 잘 차려입고 싶긴 한데 마땅한 롤모델을 찾지 못하던 40·50대 남성들에게 한 번쯤 따라 해봄 직한 매력적인 의상을 선보였다.
누빔 재킷, 다양한 색깔의 머플러 등을 활용해 흐트러짐 없으면서도 고루해 보이지 않는 스타일을 제시했다. 중견기업 대표라는 극중 배역을 감안해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젊은 감각이 살아 있는 의상을 선택했다. 20·30대에 집중됐던 그루밍을 40·50대로 확장시켰다.
하지만 드라마 밖 중장년층이 지진희처럼 ‘꽃중년’이 되긴 쉽지 않다. 자신의 취향만 고집하고, 남의 눈을 핑계 삼아 무난한 옷만 찾다 보니 천편일률적인 슈트만 고르기 일쑤다.
“당신의 ‘선택권’을 과감하게 포기하세요. 전문가의 조언을 경청하십시오. 그래야 슈트를 멋있게 입을 수 있습니다.” 최고급 맞춤 남성복 장인인 장준영 봄바니에(Bom Boniere) 대표(65)의 조언이다. 자신의 체형, 피부색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이 종종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피부색이 가무잡잡하다면 짙은 회색이나 검정 등 어두운색을 피해야 하는데 대부분 기존에 입어온 ‘안전한 색깔’을 고집한다는 얘기다. 까만 피부에는 옅은 회색과 짙은 회색 같은 중간 색상이 무난하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어깨가 좁은 편이지만 키가 작지 않다면 체크무늬 슈트가 제격이다. 어깨에도 적당히 패드를 넣어줘야 볼품없는 어깨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키가 작다면 짙은 색 슈트는 피해야 한다. 더 왜소해 보이기 때문에 베이지, 카멜 등 밝은 색깔의 옷감으로 만들어진 슈트를 골라야 한다.
슈트뿐 아니라 셔츠, 넥타이, 벨트, 구두 색상 선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맞춤 드레스셔츠의 옷깃(칼라)은 자신의 목 둘레, 목 길이, 어깨너비 등을 세심하게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목이 두껍고 짧다면 칼라가 밑으로 길게 뽑힌 ‘롱칼라’ 셔츠를 입어야 하는 식이다.
얼굴이 좁고 길면 칼라를 넓게 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굴이 더 길고 가냘파 보인다. 얼굴이 넓은 편이라면 칼라 폭을 좁혀야 갸름해 보인다. 목이 지나치게 길다면 칼라 높이를 보통 칼라의 0.7배 정도 높여야 한다.
아저씨 취급을 받기 싫다면 넥타이를 선택할 때도 슈트 색깔에 맞춰 골라야 한다. 짙은 회색 슈트를 택했다면 셔츠는 연하늘색이 잘 어울린다. 넥타이는 황금색과 와인색, 벨트는 짙은 갈색을 택한다. 베이지 슈트에는 연분홍색이나 연보라색 셔츠를 입어야 화사해 보인다. 넥타이는 와인색, 짙은 갈색이 적당하다. 벨트는 슈트와 같은 계열 색깔인 짙은 갈색으로 고른다.
카멜 슈트에는 연분홍색 셔츠, 짙은 갈색과 와인색이 뒤섞인 기하학 패턴 또는 잔꽃무늬 넥타이가 제격이다. 슈트 윗주머니를 장식하는 포켓 스퀘어는 슈트의 보조제품일 뿐이므로 너무 튀지 않는 색으로 한다. 벨트는 양복 색깔에 맞추되 얇은 것으로 고른다.
시계도 맞춤 슈트를 완성해 주는 대표적인 보조 제품이다. 지나치게 시계 알이 크고 번쩍이는데다 줄마저 금속성인 시계를 골랐다면 아저씨로 가는 지름길을 택한 것이다. 시계 알이 크지 않되 얇은 가죽 줄로 된 시계가 정통 슈트의 품격에 어울린다.
구두도 마찬가지다. 짙은 갈색 슈트에는 갈색 계열 구두를 고르는 식으로 슈트 색깔에 맞춰 신는다. 구두 앞부분이 밋밋한 단화는 면바지 등 캐주얼한 복장에 양보해야 한다. 슈트를 입을 때는 끈이 제대로 달린 정통 남성화를 신는다. 구두 앞부분에 자잘한 구멍이 뚫린 남성화는 골프화처럼 보일 수 있어 더 나이 들어 보인다.
장 대표는 “가을에는 브라운, 다크그레이, 다크네이비 등이 유행하지만 봄에는 라이트그레이 등 밝은색 슈트가 어울린다”며 “2~3년 전부터 스트라이프 무늬보다 체크무늬 슈트가 유행하고 있는데 중후하고 복고풍 같으면서도 흔한 무늬가 아니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