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연 정치부 기자) “경기지사 원혜영 후보가 돈 3000원 빌려달라고 연락왔네요. 그 유명한 ‘풀무원’ 창업자인 그가 자기몫 전부를 기부해 ‘개털’이랍니다. 당도 다르고 저도 백수지만 돈 좀 빌려드리겠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전 대표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입니다. 45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노의원님 포스팅 보고 충동적으로 빌려드렸습니다’라는 댓글도 눈에 띕니다.
국회의원이 3000만원도 아니고, 3000원만 빌려달라니 무슨 얘기냐구요?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예비후보가 1일 ‘기부천사 원혜영 콩나물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선거비용 상한선에 해당하는 40억원까지 모금한다는 계획이고, 법정 선거비용 보전일 다음날인 8월4일 실제 입금액에 연 3.0%의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고 하네요. 최소 약정액은 단돈 3000원, 콩나물 한 봉지 반 가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콩나물 펀드’ 일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혜영 의원은 유기농 식품업체 풀무원의 창업자입니다. 1996년 풀무원 지분 중 21억원어치를 사회에 환원해 ‘기부천사’가 되기도 했죠. 콩나물이 풀무원의 대표상품이자 서민의 주요 먹거리라는데 착안해 ‘기부천사 콩나물 펀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원 의원은 “출퇴근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에 몸을 내맡기는 경기도민들에게 콩나물국처럼 속 시원한 버스공영제를 선사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이며 자신의 버스공영제 공약과 콩나물을 연결시키기도 했습니다.
지난번에도 소개드렸듯이 후보자들에게 ‘정치인 펀드’는 선거자금도 모으고 유권자들의 관심도 끌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앞 다투어 정치인 펀드를 내놓는 이유입니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한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2일 연 3%의 이자율에 3억원 규모의 ‘K-펀드’를 출시했습니다. 경기도에 한국형 실리콘밸리인 ‘K-밸리’를 만들겠다는 공약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역시 경기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 의원은 오는 8일 경기지사 선거비용 제한액인 41억7300만원을 목표로 연 3.1%의 이자율의 ‘어깨동무 펀드’를 정식 출시할 예정입니다. 자원봉사자와 어려운 이웃을 연결하는 ‘어깨동무 복지’ 공약에서 따 온 이름으로, 지지자들과 후보자가 함께 어깨를 걸고 간다는 의미로 ‘어깨동무 펀드’라는 이름을 정했다고 하네요.
이 외에도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선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도 ‘강한 경남을 위한 김경수의 약속펀드(김경수의 약속펀드)’를, 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박승호 전 포항시장은 지역 최초로 ‘박승호의 진짜사나이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각각의 정치인 펀드는 저마다 특색을 담고 있네요. 선거자금 뿐 아니라 공약도 홍보하고 특이한 이력도 내세울 수 있으니 1석다(多)조입니다. 정치인펀드, 유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네요. (끝)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