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MSG

입력 2014-04-06 20:31   수정 2014-04-07 04:56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 오형규 기자 ] MSG만큼 억울한 식품첨가물도 드물 것 같다. 한번 찍힌 낙인과 편견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지워지지 않는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조차 안전하다는데 한국에선 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들이 지금도 많다. MSG는 ‘MonoSodium Glutamate(글루탐산나트륨)’의 약자다. 단백질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에다 나트륨을 붙여 물에 잘 녹게 만든 것이다.

1908년 일본의 이케다 가쿠나에 박사가 짠맛 단맛 쓴맛 신맛 외에 제5의 맛인 감칠맛이 글루탐산에 의한 것임을 발견했다. 그는 값싼 당밀 부산물을 발효시켜 감칠맛을 내는 MSG를 개발하고 조미료회사 아지노모토를 세웠다. 태생부터 MSG는 화학조미료가 아닌 발효조미료였던 것이다. 한국에선 1956년 ‘미원’이 나와 빅히트를 쳤고, 1962년 식품첨가물로도 지정됐다.

MSG는 동물 식물 등 단백질 성분의 자연 먹거리에 대부분 존재한다. 모유 우유에도 들어있다. 천연 MSG나 공장에서 만든 MSG나 성분, 화학식이 같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MSG가 해롭다면 메주, 토마토, 치즈도 먹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MSG가 유해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60년대 말이다. 이른바 MSG가 중국음식점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음식점 증후군은 심리적 증상일 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1995년 FDA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체무해성을 인정하면서 서구에선 유해성 논란이 사라졌다.

하지만 국내에선 1993년 후발주자 럭키가 ‘맛그린’을 출시하면서 유해성 논란에 불을 댕겼다. 맛그린의 “MSG를 넣지 않은 천연조미료”라는 광고가 미원 다시다 등 경쟁제품의 유해성을 암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소비자 뇌리에 MSG에 대한 의심이 깊이 자리잡았다.

최근 인터넷에 MSG 괴담이 돌자 식약처가 웹진을 통해 “MSG를 평생 먹어도 무해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고 한다. 오히려 미량으로도 맛을 낼 수 있어 MSG가 소금 섭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MSG란 이름부터 유해 화학물질로 비쳐진다. 식약처가 2010년 공식 명칭을 ‘L-글루탐산나트륨’으로 바꿨어도 소용이 없다. 잊을 만하면 TV의 선정적인 먹거리안전 프로그램들이 MSG를 타깃 삼는다. 식품회사들조차 ‘MSG 무첨가’, ‘천연 MSG’ 식으로 제 발등을 찍는다. 유난스런 한국인들의 음식 투정이다. 우지 파동이나 쓰레기 만두 등 온갖 종류의 식품 광기는 대부분 근거없음으로 판명났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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