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한신 기자 ] “대학에 가는 대신 곧바로 취업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대학에 진학하려는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는데, 잡 콘서트에 와서 보니 옳은 결정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간판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송혜린 해성국제컨벤션고 3학년)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교육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 ‘2014 대한민국 고졸 인재 잡 콘서트’. 전시장을 가득 채운 학생들은 관심있는 기업의 부스 앞에서 20~30분씩 줄을 서가며 차례를 기다렸다.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부터 이력서 사진 찍는 법까지 꼼꼼히 물어보며 상담 직원들의 대답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 채용을 실시한 우리은행 부스에서는 이틀 동안 800여명이 즉석 면접을 보기도 했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열의가 역력했다.
학생들이 85개 기업의 부스에서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은 “대졸 인력들과의 차별은 없는가”였다. 이럴 때마다 기업 관계자들은 “전혀 없다”고 분명히 답했다. 이 답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하며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학생들과 달리 일선 취업지도 교사들은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정부의 고졸 채용 정책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였다. 전북 익산의 특성화고인 진경여고에서 근무한다는 나창용 취업지원부장은 “지난 정부에서는 고졸 채용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현 정부에서는 관심이 덜한 게 아니냐는 현장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고교 교사는 “현 정부에서도 학력에 관계없는 취업을 주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일부 기업과 금융회사는 고졸 채용 인원을 줄여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지난 정부의 고졸 채용 정책 바람을 타고 많은 학생들이 특성화고에 진학했다. 이들이 올해와 내년 대거 취업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만일 고졸 채용 인원이 줄어 이들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학력보다는 능력에 따른 취업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한신 금융부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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