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시행 '핵심 변수' 될 듯
[ 김보라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1조유로(약 1445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매입해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최소 0.2%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의 ECB 내부 보고서가 공개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자이퉁이 지난 4일 단독 입수, 보도한 ECB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ECB가 매달 800억유로의 유로화 표시 자산을 사들여 1년간 1조유로가량을 매입하면 2016년도 물가상승률이 0.2~0.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물가상승률은 0.5% 수준에 머물고 있고, ECB는 앞으로 2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1조유로의 양적완화를 실시해야 ECB의 물가 목표치인 2%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ECB의 내부 보고서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디플레이션 또는 장기간의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식 양적완화를 채택할 수 있다고 언급한 직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ECB가 이미 양적완화 시행을 위한 몇 가지 시나리오를 ECB 집행이사회와 통화정책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또 이 같은 보도가 나온 만큼 오는 5월 있을 유럽의회 선거에서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 등 일부 유로존 국가들은 양적완화 규모가 너무 크고 실제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ECB의 자산 매입 조치에 반대해왔다.
한편 ECB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의 핵심 변수는 오는 30일 발표될 4월 물가상승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전문가들의 4월 유로존 물가상승률 예상치는 0.9%다. 닉 매튜 노무라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실제 수치가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ECB가 당장 5월 중 (양적완화) 시행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ECB가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4일 유럽 증시는 강세를 띠었다. 이날 범유럽 스톡스600지수는 0.57% 올라 6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프랑스 영국 증시도 0.7% 이상 상승 마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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