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경쟁사 KIC 경력사원 모집에 대거 몰린 국민연금

입력 2014-04-07 09:08  

10여 명 지원, 대부분 30대
합격자 나오면 KIC 이직 첫 사례...전주 이전에 따른 '엑소더스'
하반기 성과급 체계 개선,효과는 '글쎄'



이 기사는 04월04일(11:3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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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이하 기금본부) 운용역들이 KIC(한국투자공사) 경력 직원 채용에 대거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에서 KIC로 이직한 사례는 여태껏 없었다. 430조원 규모의 연금 재원을 굴리는 기금본부가 2016년 전주 이전을 앞두고 운용역 ‘엑소더스’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 전주 기피 현상 시작되나
4일 KIC와 국민연금 등에 따르면 KIC 신입·경력 사원 모집에 기금본부 운용역들이 10여 명 포함됐다. KIC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숫자를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지원자 중에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여럿 있다”고 말했다. 경력 3~4년 가량의 30대 직원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KIC는 25~26명을 뽑을 예정으로 이달 중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KIC는 2005년 설립돼 정부(외국환평형기금)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외화 자산(550억달러, 작년 9월말 기준)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기관이다. 해외에선 국민연금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국부펀드로 알려져 있으며, 자산을 해외에만 투자하도록 돼 있다.

비슷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기금본부 운용역들이 KIC로 이직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민연금 기금본부에 근무하는 A 과장(37)은 “KIC도 국민연금과 똑같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퇴직 후 이직 제한을 받고, 연봉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그동안엔 KIC로 옮길 유인이 없었지만 KIC는 서울에 있고, 국민연금은 전주로 이전하게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국부펀드에서 경력을 더 쌓고 싶어하는 젊은 직원들이 KIC행을 택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기금본부 조직의 동요는 지난 2월 국내 실물투자를 전담해 온 대체투자팀장이 가포르투자청(GIC) 한국 사무소로 이직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해외 경쟁사로 자리를 옮긴 건 처음 있는 일로 연기금 운용역들 사이에선 ‘안현수 신드롬’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올 들어서만 이미 운용역 3명이 퇴사했고, KIC 합격 발표와 함께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2, 2013년 퇴사 인원이 각각 8명, 7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게 기금본부 내 판단이다.

◆전주 가는 대신 성과급 500만원 올린다?
국민연금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기금본부 인력의 도미노식 이탈을 막기 위해 임금 체계 현실화 방안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삼정KPMG에 연구 용역을 맡겼으며, 올 하반기 기금운용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골자는 성과급 지급률을 기본급 대비 25% 수준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기금본부의 지난해 평균 연봉(기금운용본부장 제외)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8204만원 이었다. 실장급이 1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성과급 지급률 상한선이 100%로 돼 있지만 실제 적용되는 건 매년 20%를 밑돌았다. 지난해는 16%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성과급이 GDP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을 토대로 세운 목표수익률에 연동돼 있다 보니 성과급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목표수익률을 조정 범위가 허용하는 수준에서 낮춤으로써 성과급 지급률을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2016년엔 대략 개인당 평균 500만원 정도 성과급을 더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대 효과가 클 것인지에 관해선 물음표가 남는다. KIC만해도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9752만원에 달한다.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한국거래소(1억1358만원)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KIC의 성과급 상한선은 200%로 국민연금의 두 배인 데다 실제 성과급 지급률도 30~40%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금 체계 개선과 별도로 국민연금은 해외 사무소를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금본부의 운용역 가운데 4명 중 1명은 해외 대학이나 대학원 졸업장을 갖고 있다. 전주로 이전하면 이들이 가장 먼저 이직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국내 정원을 줄이고 남는 ‘TO’를 해외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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