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볼 때 마다 흰머리가 많아지네요. 이제 염색 좀 하는 게 어때요?” 오늘 2014년 4월 7일 점심 시간에 우연히 만난 한 후배의 지적입니다. 흰머리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하지만 상대에게서 이처럼 안타까움을 자아낼 정도라면 충분히 염색을 검토해봐야 할 상황으로 여겨집니다.
공교롭지만 이날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검색창 바로 아래에 있는 인기 검색어에도 ‘흰머리 생기는 원인’이란 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매체들이 이와관련 다양한 기사를 생성하고 있고요.
이 가운데 한 두 개 기사를 클릭해 보니 이들은 거의 대부분 정체불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소스로 하고 있고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는 게 특징입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피부과 이원수 교수에 따르면 흰머리는 자연스런 노화 과정의 하나로 불립니다. 대체로 40대 부터 시작한다고 하고요. 서양인의 경우 50대가 되면 2명 중 1명 꼴로 머리카락의 50%가 희게 되고 한국인 등 아시아인은 흰머리 발생시점이 43.9 ± 10.3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원수 교수는 “모발의 색깔은 모낭에 있는 멜라닌세포가 만들어내는 멜라닌색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소개합니다. 색소 함유 농도가 낮아짐에 따라 흑갈색 멜라닌은 흑색 갈색 금색의 모발을, 적황색 멜라닌은 짙은 적색과 엷은 적색의 모발을 만듭니다.
멜라닌세포의 멜라닌 합성능력이 떨어지면 해당 모낭에 달린 머리칼이 하얀색으로 변합니다. 노화에 의한 멜라닌 세포 수의 감소, 멜라닌 합성에 필요한 티로시나제 효소의 활동성 감소, 멜라닌 세포의 핵과 미토콘드리아에 있는 DNA가 유해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받는 것 등이 원인으로 들리고요.
흰머리가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인 것이 가장 크다는 연구입니다. 상(常)염색체 우성 유전에 따라 부모가 모두 흰머리인 경우 자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부모의 흰머리가 빨리 나타난 경우 자녀도 조기에 생길 수 있다는 얘기고요.
흥미로운 것은 흰머리 진행은 머리카락 콧수염 구레나룻 겉눈썹 속눈썹 치모 순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합니다. 머리카락의 경우 옆머리에서 시작해 윗머리 앞머리 뒷머리 순으로 희게 된다고 하네요.
흰머리가 생기는 원인으로 유전 다음으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지적됩니다. 이는 혈액순환을 나쁘게 하고 모근에 영양 공급을 차단해 흰머리가 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최근 20∼30대 젊은이들 가운데 흰머리로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스트레스 영향이 크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인데요. 이는 신경을 많이 쓰거나 정신적 충격을 받는 경우 체내 부교감신경 말단부에서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때 멜라닌 형성에 관여하는 티로시나제 효소도 결핍되면서 멜라닌의 생성량이 줄어들고 흰머리가 생긴다고 이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 밖에 갑상선기능 항진증 또는 저하증, 악성 빈혈, 당뇨병, 골다공증, 신장병, 백반증, 원형탈모증, 말라리아, 인플루엔자 감염에 의해 백모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흰머리가 한 곳에 집중적으로 나면 이는 백반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입니다.
이 교수는 “담배를 피고 수면이 부족할 경우 체온이 떨어지면서 혈액순환이 저하돼 모발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백모는 아직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때문에 머리카락 아랫 부분을 자주 만져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머리를 감을 때 린스로 충분히 헹궈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강조합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통해 스트레스를 즉시 푸는 것도 흰머리를 줄이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야채와 해조류, 고칼슘 함유 음식,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고 이원수 교수는 조언합니다.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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