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뮤지컬 '킹키부츠'에 100만弗 투자
2013년말 전액 회수…2014년부터 年7억원 순익
중국·동남아 판권 확보…추가수익 예상
[ 유재혁 기자 ]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절찬리에 장기 상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가 한국 자본 투자 작품으로는 사상 최고 수익을 올렸다. 김병석 CJ E&M(이하 CJ) 공연사업부문 대표는 7일 “‘킹키부츠’ 제작사인 킹키부츠LLC와 중간 정산을 마친 결과, CJ가 공동 프로듀서 자격으로 투자한 100만달러(순제작비 1350만달러 중 지분 7.4%)를 지난해 말 전액 회수했다”며 “올해부터 브로드웨이에서만 매년 투자금의 60~70%에 해당하는 6억~7억원의 순수익을 5년 이상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투자수익은 한국 자본을 투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사상 최고액이다.
‘킹키부츠’ 한국자본 투자 작품중 최고 수익
‘킹키부츠’는 지난해 4월 브로드웨이 앨허슈펠드극장에서 개막해 지난해 말까지 유료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했다. 46만명을 동원해 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그동안 CJ, 오디뮤지컬, PMC 등이 ‘드림걸즈’ ‘빅피쉬’ ‘반지의 제왕’ 등 10개가량의 브로드웨이 작품에 투자했지만 장기 공연에 성공한 것은 ‘킹키부츠’뿐이다. CJ가 투자한 ‘보디가드’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2012년부터 상연 중이지만 아직 투자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 자본이 브로드웨이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한국 공연 판권을 경쟁 없이 얻기 위해서다. ‘킹키부츠’의 경우 CJ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 판권까지 확보했다.
CJ는 직접투자 수익보다 이들 지역의 공연 수익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가 라이선스 버전으로 제작할 경우 국내에서만 200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오고, 아시아 전체로는 브로드웨이 버전을 뛰어넘는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공연 때는 라이선스 비용을 추가로 줄 필요가 없다. 국내 초연은 브로드웨이 공연 후 1년6개월 만인 오는 11월 말께부터 내년 2월 초까지(서울 충무아트홀)로, 다른 공연보다 앞당겨 커튼을 올린다. 국내에서 상연 중인 ‘위키드’는 브로드웨이 초연 후 8년 만에 한국에 선보였다.
1980년대 마돈나와 함께 미국 팝 시장을 양분했던 신디 로퍼가 작곡자로 참여한 ‘킹키부츠’는 파산 위기에 빠진 신사화 공장을 가업으로 물려받은 ‘찰리’가 여장남자 ‘롤라’를 우연히 만난 뒤 여장남자를 위한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회사를 일으키는 이야기다. 지난해 미국 최고 권위의 토니상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 상을 받았다.
킹키부츠LLC 측은 CJ를 발판으로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투자를 제안했다. 대본을 검토한 CJ는 로퍼와 제작진의 실력을 최상급으로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했다.
옥석 가리는 실력이 대박 비결
CJ가 ‘킹키부츠’로 대박을 거둔 비결은 현지 정보와 인맥을 쌓아 옥석을 가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003년 공연사업을 시작한 CJ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브로드웨이에 적잖은 수업료를 치르면서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와 인맥을 얻었다.
CJ는 중국 시장 개척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둬 브로드웨이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김종욱 찾기’는 중국어 버전으로 현지에서 장기간 공연했다. 비언어 퍼포먼스 ‘비밥’은 이달부터 3개월간 중국 내 28개 도시에서 순회공연한다.
김병석 대표는 “‘킹키부츠’의 투자 사례는 박근혜 정부가 4대 국정기조로 추진 중인 문화 융성과 문화산업 글로벌화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세계 공연 시장의 메카인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적인 소재의 창작 뮤지컬을 직접 제작해 전 세계에 배급한다는 최종 목표를 위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사들과 인력 및 자본 교류를 더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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