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고'로 나라 곳간 지키자] 재원대책 없는 무상복지

입력 2014-04-07 21:04   수정 2014-04-08 03:47

(2) 예산낭비 부작용

'페이고' 법안 방치되자 수조원 드는 공약 남발…소외계층 예산은 말라가
특성화고 기자재비 줄고 아동복지 사업비 반토막



[ 정종태 기자 ]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3무1반’(무상교육·보육·급식, 반값 등록금)을 내걸고 상당수 자치단체장을 차지했다. 선거 후 무상복지 예산은 급증했다. 무상급식 예산은 2010년 5630억원에서 2013년 2조6239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무상복지 예산이 증가하면서 저소득층에 정작 필요한 소규모 예산이 줄줄이 삭감되는 일이 벌어졌다. 중산층까지 수혜가 가는 무상복지라는 ‘윗돌’을 괴기 위해 저소득층 자투리 예산이라는 ‘아랫돌’을 빼낸 것이다.


방치된 페이고, 예고된 부작용

이런 사태는 ‘페이고(paygo·재정 소요 사업 추진시 재원 마련 대책도 의무화하는 것)’ 법안이 도입됐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지방 정부의 복지 사업은 대부분 중앙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나누어 부담하는 ‘매칭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국회에서 중앙 정부 예산 지원을 페이고 원칙에 따라 사전에 감시했다면 각 지자체의 무상복지 사업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페이고 법안이 1년6개월 넘도록 방치되면서 무상복지에 따른 부작용은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교실 지원 대상이 축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각종 무상교육 예산이 예상보다 늘어나자 올 들어 초등 3학년 이상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의 100~120%) 자녀들을 돌봄교실 대상에서 제외했다. 학습 부진아를 가르치는 특수 강사의 인건비도 절반으로 깎았고, 특성화고 실험실습 기자재 지원비도 삭감했다. 재원 대책 없는 무리한 무상교육 때문에 전반적인 공교육 여건만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수급자 생계급여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 30%(4인 가구 월 115만원) 이내까지 늘리려던 계획도 예산 확보가 안돼 후퇴했다. 아동복지시설이나 장애인시설, 노인복지시설 개선 사업비도 줄줄이 깎였다.

지방선거 후 재정 ‘시한폭탄’

재원 대책 없는 보편적 복지 때문에 저소득층 복지가 줄어드는 역설적인 결과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더욱 극명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재까지 쏟아진 선심성 공약들의 이행에 필요한 재원만도 3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 만큼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방 정부가 재원 부족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선심성 공약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뚜렷한 재원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선심성 공약으로 지목되는 ‘무상버스’(김상곤 경기지사 예비후보 공약)만 해도 연간 2000억~3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이렇다할 재원 대책은 없다. 김 예비후보 측은 “경기도 예산을 원점에서 살피고 법정 필수경비를 제외한 예산을 조정해서 마련한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들 공약은 페이고 법안이 도입될 경우 대부분 심의 과정에서 중도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만약 이런 공약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 6월 지방선거 후 시행된다면 재정 파탄이 불가피해 결국 예산 부족으로 소외계층 지원이 줄어드는 현상이 또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 소요 입법 양산하는 국회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페이고 법안 처리는 뒷전인 채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의원입법은 16대 국회에서 1912건이던 것이 17대 6387건, 18대 1만2220건으로 늘었고, 19대 들어서도 벌써 9000건을 넘어섰다. 이들 법안 중 절반 이상은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것들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커녕 비용추계서조차 첨부하지 않은 법률이 대부분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조사 결과 2012년 국회가 의결한 재정 수반 법률 459건 중 비용추계서를 첨부한 법안은 43개(9.4%)에 불과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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