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암덩어리" 말한 박근혜 대통령, 대처에게 배울 점은…

입력 2014-04-08 08:12   수정 2014-04-08 09:30

자유경제원 주최 대처 서거 1주기 정책토론회… '정책 일관성' 강조



“대처 리더십은 추진력과 끈질김에서 찾을 수 있다. 대처는 역사적 사명감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아무리 인기가 없어도 그것이 옳은 정책이라고 생각하면 끈질기게 추진했다.”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대처는 인기영합적 정책을 증오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구했다. 정부 지지도가 떨어지고 집권당 내부에서도 반대가 있었으나 흔들리지 않고 밀어붙여 마침내 경제개혁이라는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김충남 세종연구소 박사)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에 성공하려면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의 ‘정책적 일관성’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유경제원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 자리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지금 왜 우리에게 마거릿 대처가 필요한가’란 주제로 열렸다. 대처 서거 1주기를 맞아 대처의 삶과 철학, 정책을 통해 한국경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대처와 박 대통령이 공공부문과 규제 개혁이란 정책적 연결고리를 가졌지만 정책의 일관성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은 박지향 교수는 “대처는 제왕적 총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국민에게 하나의 비전을 제시하며 강력한 추진력으로 자신을 따르게 만들었다”며 대처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했다. 경제 측면에선 철저한 자유주의를, 사회 측면에선 보수주의를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충남 박사는 시대적 배경에 따른 엇갈린 규제 관련 정책을 꼬집었다. 그는 “대처 집권 당시엔 ‘작은 정부’에 대한 지지가 높았으나, 현재 한국은 중산층 붕괴와 양극화 심화에 따른 경제민주화 요구가 높은 상황” 이라며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 관련법을 제정해 사실상 새로운 규제가 생겨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론을 맡은 김행범 교수(부산대 행정학과)도 “박 대통령이 대처에 비해 불리한 점은 대선 때부터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 이라며 “규제개혁은 경제민주화와 상쇄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대처는 이처럼 상반된 개혁을 펼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신중섭 교수(강원대 윤리교육과)는 박근혜 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목표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부터 창조경제, 규제개혁, 최근의 통일 대박까지 박근혜 정부의 정책 화제가 여기저기 옮겨다니고 있다”며 정책 일관성을 주문했다.

대처와 다른 박근혜 정부의 내각 구성도 경제개혁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대처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관료들을 곁에 둬 정책 추진동력으로 삼은 반면 박 대통령의 주위엔 그럴만한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것.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 정책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닌 경제참모들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어떤 생각을 가진 경제참모들이 임기 동안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밀어 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 연구소장도 “박 대통령이 경제 개혁에 성공하려면 여당뿐 아니라 보다 넓은 범위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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