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기자 ] 4월 임시국회 교육·사회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8일 오후 2시50분. 국회 본회의장 자리에 앉아 있는 의원 수는 재적의원 298명 중 37명에 불과했다. 전날 같은 시간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때보다 의원 수는 2명 더 줄어 출석률은 12%에 불과했다. 여야 간 이견이 엇갈리는 기초연금 지급 문제와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정부 대책을 따져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본회의에 참석한 37명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잡담하거나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무료한 시간을 때웠다. 더구나 이날 본회의는 당초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기초선거 무공천 논란과 관련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이 늦어지면서 한 시간 이상 지나서야 열렸다. 미리 통보를 받지 못했던 정홍원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은 자리를 지키고 대기할 수밖에 없었다.
본회의장이 텅텅 빈 ‘썰렁’ 국회가 재연된 이유는 6·4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여야 모두 마음은 물론 몸까지 콩밭에 가 있어서다.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자리에 출사표를 던지며 각 지역에서 예비 후보로 뛰고 있는 현역 의원만 20명(새누리당 12명, 새정치연합 8명)에 달한다. 기초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국회 의사일정보다 지역구 행사에 불려 다니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 기존 원칙을 고수하느냐 포기하느냐 기로에 서 있는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들은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에 휩쓸려 있는 모습이다.
여야 의원들이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하면서 벌써부터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 심의가 공회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예산까지 확보하고 7월부터 지급하기로 했던 노령 기초연금은 여야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가계 통신비를 줄이는 ‘단말기유통법’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방송법 개정안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의 상징인 금배지 문양을 한문(國)에서 한글(국회)로 바꾸기로 의결했다. 배지를 바꿔다는 것보다 더 시급히 바꿔야 할 건 국민 대표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국회 결석 악습이다.
이정호 정치부 기자 dolp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