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사상 첫 수주했다. 이로써 그동안 부산 영도조선소의 협소한 부지로 인해 VLCC 수주전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으나, 2009년 최신 설비와 세계 최대 도크를 갖춘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완공된 이후 초대형유조선 시장에 첫 진출하는 쾌거를 거뒀다.
한진중공업은 해외현지법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영국선사인 나빅8(Navig8)사와 30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Very Large Crude oil Carrier) 4척, 다른 유럽소재 선주사와 같은 형태의 선박 2척을 8억달러에 수주했다고 9일 발표했다.
재화중량톤수 기준 30만t급인 이 선박은 길이 333m, 폭60m, 깊이 30m의 제원에 15노트의 속력으로 운항되는 최신형 이중선체 선박으로 국내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원유를 모두 실을 수 있는 크기다.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하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이와 별개로 또 다른 유럽소재 선주사와 1만 1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모두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 선형 최적화(eco-design)를 적용한 고연비, 고효율 선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지난해 중대형 컨테이너선을 주로 수주한 데 이어 올들어 30만t급 VLCC와 1만TEU급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잇따라 수주하며 초대형선 신조 시장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 해부터 이어진 릴레이 수주로 현재까지 총 45척, 29억달러 규모의 건조계약을 성사시켜 2017년까지 3년치의 안정적인 조업 물량을 확보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조선소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진중공업은 대형상선 및 해양플랜트 중심의 수빅조선소와 중형상선 및 특수선 중심의 영도조선소의 투트랙 체제 확립을 통해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세계적 조선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최성문 한진중공업 사장은 “향후 건조물량 확대뿐만 아니라 고수익 선종으로의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 초대형선부터 고부가가치선, 해양플랜트에 이르기까지 건조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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