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12년만에 최고
실수요자 청약 대거 몰려
위례·강남 재건축 투자 매력
혁신도시·산단지역도 유망
[ 이현일 기자 ]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며 전국 분양현장에선 1순위 청약마감 단지가 잇따르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월 말 미분양 주택은 5만2391가구로 2006년 2월(5만2218가구)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무주택 실수요자가 전세난 속에 주택 장만에 적극 나서고 있어 당분간 분양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지점장,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2분기 주택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당분간 분양시장 활기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분양시장 열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청약 열기는 전세난에 떠밀린 실수요자들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주택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68%를 넘어섰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주택 공급이 끊겨 전세가율이 치솟았던 2002년 6월(68.2%) 이후 11년9개월 만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작은 집이라도 장만하겠다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가계부채가 많지만 지금은 집을 꼭 사야 할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곽창석 소장 역시 “최근 대부분 분양 단지는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나오기 때문에 만일 집값이 떨어져도 오래된 주변 아파트에 비해 유리하다”며 “게다가 신규 분양을 받으면 자금을 한번에 내지 않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에 정부 정책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지점장은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지 않는다면 분양 호조가 비교적 단기간에 그칠 수 있다”며 “임대수익 과세를 강화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처리 방향에 따라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은 위례·강남이 유망
정부의 공공분양 속도 조절 정책을 고려하면 수도권 시장 전망은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함영진 본부장은 “그동안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26만가구 안팎의 주택 공급량(사업승인 기준)을 기록, 2007년 30만여가구에 비해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1인가구용 도시형생활주택까지 포함한 수치로 2~3인 이상의 가족이 거주할 만한 아파트 공급은 더 크게 감소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0년까지 15만가구를 유지했던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2011년부터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2010년의 절반 수준인 8만4298가구에 그쳤다.
이 때문에 침체를 거듭하던 수도권의 집값도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보다 0.3% 오르는 등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함 본부장은 “올해는 건설사들이 미뤄왔던 분양 물량을 내놓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 소장 역시 “기존 주택들이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계속 멸실되는 데 비해 입주 물량이 줄어 신규 분양시장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투자대상으로 위례신도시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중소형 아파트를 추천했다. 박 전문위원은 “올해 위례신도시에서 나오는 중소형 물량이나 서울·수도권의 공공주택지구(옛 보금자리) 아파트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고 지점장은 “투자 목적으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눈을 돌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주택의 추가 공급이 예정된 수도권 서부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 지점장은 “분양받을 단지 주변 보금자리주택이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택지지구 개발계획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남권은 입주 물량이 변수
전문가들은 지방에서는 혁신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등 인구가 늘어나고 소득이 증가하는 지역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고 지점장은 “지방 분양시장은 대도시와 더불어 혁신도시가 주도하는 것은 그만큼 산업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과 부산 등 영남시장은 이르면 올해나 내년부터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 소장은 “대구·경북 시장은 올해까지는 호조가 계속되지만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부산은 올해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고 지역별 편차도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 본부장은 “대구에선 올해부터 2016년까지 3만7390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하고 부산에서는 4만2922가구가 입주 예정”이라며 “입주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다면 올해부터 집값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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