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세대·인종…인적 다양성…익어가는 열매인가, 시한폭탄인가

입력 2014-04-11 07:00  

경영학 카페

기업 경영진의 다양성 관리
비즈니스 관점서 접근해야



시화공단의 중소기업체 사장의 푸념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요즘에는 회식에서 뭘 먹을지 고민이에요.” 말인즉슨 파키스탄인 직원을 채용한 이후 삼겹살 회식을 하지 않게 됐고, 이어서 인도인 직원을 채용한 뒤에는 소고기도 먹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결국 최근에는 생선회와 오리고기만 먹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남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막상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유사한 고민을 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직원의 성별, 세대별, 인종별 다양성이 늘어나면 기업은 일종의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인적 다양성은 양날을 가진 칼처럼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시한폭탄이 되기도 한다. 인적 다양성에서 가장 흔한 성별 차이, 세대 차이, 인종 및 문화 차이에 대한 대응법을 알아두는 것은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도움이 된다.

첫 번째,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해묵은 이슈지만 늘 현재형 고민이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많은 기업들이 선택한 원칙은 남녀 구분 없이 동등하게 직원을 대우하되 신체적 차이에 대해서는 배려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녁 시간까지 야근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물건을 드는 일은 아무래도 남자 직원이 하고 부서 단결을 위한 행사 준비는 여자 직원이 더 많이 참여하는 식이다.

여직원에 대한 배려가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남직원이 역차별을 느끼는 경우도 늘고 있다. 모 제약사는 10여년 전부터 여직원이 출산을 하면 병원비와 분유 구입비를 지원하고 회사에 수유실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여직원을 배려하고 있다. 남직원들이 역차별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경영진은 분명한 원칙을 알려주었다. 여직원을 위한 배려는 사회정의 구현이나 단순한 복지 차원의 선택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인재 확보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이 아닌 병원의 의사에게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제약업체들은 의사를 상대로 전문의약품을 설명하고 처방을 부탁할 수 있는 약사 출신 직원들을 영업부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후 경영진은 여성 인력이 많은 약대에서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직원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의욕적으로 도입했다고 했다.

이것은 다양성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다. 기업 경영진이 다양성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비즈니스 이슈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세대 차이 또한 태고 이래 계속돼온 고민이다. 대체로 후배 사원들이 선배들에게 맞추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하다. 더 체계적인 대응법은 선배의 아량과 세대 간 상호학습이다. 일부 기업들은 후배 사원들이 일방적으로 선배들의 지시를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서도록 유도하려고 주니어 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주니어 보드란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경영회의체라고 할 수 있다. 경영진의 배려를 통해 직원들은 주니어 보드에서 공정 개선부터 회사 야유회까지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논의하고 결정한다.

역멘토링은 세대 간 상호학습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천호동에 위치한 한 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역멘토링제도를 도입해서 사원, 대리가 과장부터 임원을 상대로 멘토링을 하고 있다. 10대들의 신조어, 20대 놀이문화 등 젊은이들의 ‘또래문화’를 소개하는 것이 그들의 몫이다. 이 경우도 백화점이 세대 간 다양성 관리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이 의미 있게 들린다.

세 번째,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은 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한 시중은행은 중국 진출에 앞서 한국 내 중국인 유학생을 영입해 특별 대우를 하며 육성했다. 한국계 은행의 업무 방식을 익힌 그들은 그 은행이 중국에 진출할 때 선봉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지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다문화가정 출신 또는 외국인 직원들은 젊은 나이에도 상당한 역할과 책임을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한국인 직원들은 역차별을 염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특별한 목적을 위해 채용한 특수 인력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 불만도 잦아들었다. 물론 저임금 노동력 보충 차원에서 외국인을 채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는 법적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공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것이 안전하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성공적으로 인적 다양성을 관리하는 기업들은 다양성 관리 이슈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밖에도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 장애인, 새터민 등 인적 다양성은 점점 더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의 인적 다양성 이슈가 익어가는 열매가 될지, 시한폭탄이 될지는 오늘 우리의 준비 자세에 달려 있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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