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525억원, 산업 464억원, 외환 213억원 손실
이 기사는 04월10일(15: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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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KIKO)의 저주가 하나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 외환은행 등 국내 은행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파생상품인 키코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태산엘시디가 지난달 상장폐지 당하면서 태산엘시디에 채권을 출자전환했던 은행들의 손실이 총 5500억원을 넘어섰다.
하나은행은 보유하고 있던 태산엘시디의 주식 6556만7244주를 전량 매각했다고 9일 공시했다. 하나은행은 정리매매 기간인 2일부터 3일 동안 장내 매도를 통해 17억2737만원을 건지는 데 그쳤다. 하나은행이 2009년 12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 파생상품채권(통화옵션채권)을 출자전환한 금액이 4338억7227만원에 달해 결과적으로 4321억4489만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외환은행도 보유하고 있던 태산엘시디 주식 324만232주를 주당 110원에 모두 내다팔았다. 2012년 214억3413만원을 출자전환했는데 이번에 단 7128만원을 회수해 213억6285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에 앞서 4일 신한은행도 태산엘시디의 주식 211만5489주를 전량 매각하며 525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
주요 주주 가운데 산업은행도 8일 태산엘시디의 주식 140만여주를 전량 매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태산엘시디의 지분 6.57%를 갖고 있는 산업은행은 2009년과 2010년 두차례 총 464억9366만원 규모의 채권을 출자전환했다. 주당 65원에 매각한 결과 받아든 돈은 9135만원에 불과해 산업은행은 태산엘시디의 상장폐지로 인해 464억원의 손해를 입었다.
하나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의 손실액은 총 5524억원에 달한다.
LCD용 백라이트유닛(BLU)을 생산하는 태산엘시디는 파생상품인 키코 계약을 맺었다가 2008년 768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키코는 환율의 움직임에 따라 가입자가 이익 또는 손해를 볼 수 있도록 설계된 파생상품이다. 태산엘시디가 부도 위기에 몰리자 하나은행, 신한은행,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2009년 파생상품채권을 출자전환 했다. 태산엘시디의 경영상황은 1년 뒤에도 나아지지 않았고 채권단은 2010년 채권을 추가로 출자전환했다.
채권단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태산엘시디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내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태산엘시디는 2012년 12월 5대1 감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인수합병(M&A)도 최근 물거품이 되면서 태산엘시디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1일 태산엘시디에 대해 “자본 전액 잠식과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관계자는 “태산엘시디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에 대해 작년까지 감액손실 처리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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