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AFTER ALL] "글로벌 금융위기 안 끝났다…국가경영의 틀 혁신해야 경제 활력"

입력 2014-04-11 20:45  

INET 토론토 콘퍼런스

소로스 재단 주최…한경,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

금융시스템 여전히 불안…경제적 불평등 심화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면 일본식 장기불황 가능성



[ 허란 / 강영연 기자 ]
“미국과 유럽은 통화정책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하지만 이대로라면 1990년대 일본식 장기침체라는 암울한 결과를 맞게 될 수 있다.”(아데어 로드 터너 전 영국 금융감독청(FSA) 청장)

‘새로운 경제적 사고를 위한 연구소(INET)’가 10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혁신의 목적:결국엔 사람(Human after all)’이라는 주제로 연 INET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충격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회복은 양적완화에 의존한 것으로, 금융위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도 금융시스템 등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아데어 로드 터너 전 영국 FSA 청장 등은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위기 이후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국가 경영 또는 관리체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에만 의존해선 안돼

포럼 참석자들은 미국과 유럽이 양적완화와 같은 통화정책을 통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는 진정한 해법이 아니라고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경제 회복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미국 국민의 1%에 불과하다”며 “미국 정부는 실업률이 6.5%로 낮아졌다고 하지만 구직을 단념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10~11%”라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가 경제적 불평등 완화와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다. 그는 또 정부의 지출 확대가 고루 분배되도록 거버넌스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은행은 3년 전부터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제안했다”며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통화정책, 재정 확대, 구조개혁이라는 세 가지 화살을 모두 쓰는 데 비해 미국과 유럽은 하나의 화살(통화정책)만으로 마법이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터너 전 청장은 “미국과 유럽이 재정 확대와 구조개혁이라는 정치적 결정을 하지 못하면 일본식 장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민자 중심의 다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단일 민족사회인 일본이 겪은 어려움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유럽의 경제상황이 미국보다 심각하다는 데 동의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독일이 유로존(유로화사용 18개국)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라며 “유럽이 위기 극복을 위해 독일 주도로 선택한 긴축정책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터너 전 청장은 “유로존이 붕괴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계속 고군분투할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엇을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개혁 후퇴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제뿐만 아니라 5년 전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시스템도 아직 다 고쳐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에드워드 케인 보스턴칼리지 교수는 “금융규제 당국이 메가뱅크를 개혁한다며 바젤Ⅲ, 도드-프랭크법, 통화스와프 같은 대책을 내놨지만 개혁은 타협으로 후퇴하고 있다”며 “내(규제당국)가 혼내는 척할 테니 너(메가뱅크)는 무서운 척하라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아낫 아드마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은행이 기업대출과 투자를 너무 박하게 하는 것도 경제를 왜곡하고 있다”며 “양질의 대출을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은행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 수석논설위원은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은행 수익은 5%도 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개혁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정보경제학 기틀 다져 2001년 노벨상 수상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영국제관계학 교수(71)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따른 시장의 불완전성을 연구하는 ‘정보경제학’을 발전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현대적인 정보경제학의 기틀을 다진 공을 인정받아 2001년 마이클 스펜스, 조지 애컬로프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26세의 나이로 미국 예일대 정교수가 됐다. 그 후 프린스턴대, 옥스퍼드대, 스탠퍼드대 등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1997~2000년엔 세계은행 부총재로 일했다.

주요저서로는 지난해 출간된 ‘불평등의 대가’를 비롯해 리먼사태 이후 세계 경제를 진단한 ‘끝나지 않은 추락’ ‘GDP는 틀렸다’ 등이 있다.

토론토=허란/강영연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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