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제 결정적 증거 못찾아…GPS 좌표 추적이 관건
[ 김대훈 기자 ]
국방부가 11일 최근 잇따라 발견된 세 대의 소형 무인항공기가 북한제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다수의 정황증거가 공개됐지만 무인기 출발지점이 담겨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위성항법장치(GPS) 좌표 추적은 하지 못해 ‘북한제’임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지는 못했다.
국방부는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북한 추정 무인기의 실물을 공개하고 ‘북한제로 전망된다’는 중간발표를 했다. 무인기 연료통의 크기와 엔진 배기량, 촬영된 사진 등으로 미뤄볼 때 무인기의 항속거리가 최저 180㎞에서 최고 300여㎞여서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서 보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동체에서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지문 6개가 발견된 점도 북한제 추정의 근거가 됐다.
무인기 일부 부품에선 부품 명칭과 제조사가 적혀 있는 금속막이 훼손된 흔적도 발견됐다. 김종성 ADD 무인항공기(UAD) 체계개발단장은 “송신기에서 모델번호와 시리얼 넘버 등을 없앤 흔적이 있다”며 이를 북한제 추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제임을 확정할 수 있는 GPS 좌표를 분석하진 못했다. GPS 좌표에는 출발 지점과 복귀 지점 등이 기록됐을 가능성이 있어 이를 확인한다면 ‘북한제’임을 특정할 수 있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된다.
구체적인 동선도 공개됐다. 파주 무인기는 1번국도에서 내려와 서울시청까지 비행한 뒤 다시 북쪽으로 이동했다. 7~9초 간격으로 청와대 등의 전경이 나온 서울 중심지를 사진 촬영했다. 백령도 무인기는 소청도에서 대청도 방향으로 우리 군사시설이 밀집된 지역 상공을 이동하면서 사진 촬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삼척 무인기에 달려 있던 카메라 메모리카드를 회수했지만 그동안 신고자가 개인 용도로 오랫동안 사용해 최초 촬영된 사진을 복구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세 대의 무인기에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체코, 스위스 6개국에서 만든 부품이 장착돼 있었다. 파주 무인기의 중앙처리장치(CPU) 보드용 메모리는 삼성의 4메가 D램이 사용됐고, 백령도 무인기의 구동모터는 국내 중소기업 하이텍RCD가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국내 연구기관과 미국 정보당국 등이 참여하는 과학조사 전담팀을 만들어 추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향후 북한제임이 최종 확인되면 우리 영공에 대한 도발행위로 간주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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