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테슬라·페이스북·넷플릭스…
고수익 목말라 위험자산 담던 투자자, 양적완화 축소 후 포트폴리오 바꿔
소셜·클라우드·빅데이터·바이오…3월 이후 줄줄이 주가 추락
[ 뉴욕=유창재 기자 ]
주식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나누기도 하고, 금융주·건설주 등 업종별로도 구분한다. 성장주와 가치주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내재 가치를 기준으로 본 구분법이다. 요즘 미국 뉴욕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분법은 ‘모멘텀주’와 ‘퀄리티주’다.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기업의 실제 내용(퀄리티)인지, 아니면 당시에 시장을 지배하는 추동력(모멘텀)인지로 종목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 구분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거침없이 오르던 모멘텀주가 최근 급락하고 있어서다. ‘소셜’ ‘클라우드’ ‘빅데이터’ ‘바이오’ 같은 단어들이 사업계획에 포함된 종목들이다. 성장주와 모멘텀주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고성장 모멘텀주’라고도 불리는 이 종목들의 변동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왜일까?
◆줄어든 위험감수 성향
올해 초까지 투자자들이 고성장 모멘텀주에 몰린 이유는 무엇보다 ‘위험감수 성향’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넘게 유례없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쏠렸다. “채권 금리를 낮춰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2012년 9월 3차 양적완화를 시작하며 설명한 정책 목표이기도 했다.
Fed의 의도대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그 중에서도 가장 ‘섹시한’ 종목들에 몰려들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344%,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298%,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 페이스북은 105%, 제약회사 바이오젠은 90%나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38.3% 올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26.5%)와 S&P500 지수(30%)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Fed가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Fed가 “제로 수준(연 0~0.25%)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며 ‘조기 금리 인상설’ 진화에 나선 덕에 각 지수가 연초 대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면 밑에서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모멘텀주의 비중을 줄이고, 이미 실적이 입증된 퀄리티주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 투자자들의 위험감수 성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너무 많이 올랐다”
투자자들의 이 같은 투자전략 변화를 뒷받침하는 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다. 그동안 모멘텀주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숫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MSCI 모멘텀지수는 39% 올랐다. MSCI 퀄리티지수 상승률 30%는 물론 S&P500 지수 상승률 36%보다도 높았다.
모멘텀주와 퀄리티주의 밸류에이션 차이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1년간의 예상 순이익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모멘텀주는 19.40배, 퀄리티주는 16.09배다. 최근 10년 새 차이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헤르난도 코티나 모건스탠리 주식전략가는 “이 정도의 격차가 생기면 시장은 이를 줄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 거품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1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자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모멘텀주를 내던지고 있다. 테슬라, 페이스북, 바이오젠, 넷플릭스 등 대표적 모멘텀주들은 지난 3월22일 3월 초에 기록했던 직전 최고가 대비 각각 20%, 18.74%, 45.37%, 28.35% 떨어진 상태다. 트위터의 경우 지난해 말 73.31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45% 넘게 폭락해 지난달 22일 40.04로 장을 마쳤다.
최근 들어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진 이유는 실망스러운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예컨대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하는 트위터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사용자 증가세가 더 둔화되고 모바일 광고 수익이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테크(기술)주와 바이오주의 급락세는 종종 있었다. 나스닥 종합지수의 10%가량 하락은 지난 5년간 네 차례 있었지만 모두 몇 주 안에 반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데이비드 개리티 GVA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모멘텀주의 급락은 위험의 징조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다”며 “투자자들이 테크주의 실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따져보고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2001년의 닷컴 버블 붕괴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대부분 모멘텀주들이 상당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무라증권의 에릭 차 애널리스트는 “닷컴 버블 당시엔 투자자들이 인터넷이 뭔지도 모른 채 회사 이름 뒤에 ‘.com’만 붙어 있으면 돈을 넣었다”며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투자자와 기업들 모두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 모멘텀주·퀄리티주
momentum stock·quality stock. 모멘텀주는 최근 6개월, 혹은 12개월간 주가가 가장 빠르게 오른 종목을 말한다. 모멘텀을 타고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투자자들은 이런 종목에 투자한다. 반대로 퀄리티주는 단기 주가 동향과 관계없이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증가율 등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돼 온 종목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고수익 목말라 위험자산 담던 투자자, 양적완화 축소 후 포트폴리오 바꿔
소셜·클라우드·빅데이터·바이오…3월 이후 줄줄이 주가 추락
[ 뉴욕=유창재 기자 ]
주식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대형주와 중·소형주로 나누기도 하고, 금융주·건설주 등 업종별로도 구분한다. 성장주와 가치주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내재 가치를 기준으로 본 구분법이다. 요즘 미국 뉴욕 증시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분법은 ‘모멘텀주’와 ‘퀄리티주’다.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기업의 실제 내용(퀄리티)인지, 아니면 당시에 시장을 지배하는 추동력(모멘텀)인지로 종목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 구분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거침없이 오르던 모멘텀주가 최근 급락하고 있어서다. ‘소셜’ ‘클라우드’ ‘빅데이터’ ‘바이오’ 같은 단어들이 사업계획에 포함된 종목들이다. 성장주와 모멘텀주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어 ‘고성장 모멘텀주’라고도 불리는 이 종목들의 변동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왜일까?
◆줄어든 위험감수 성향
올해 초까지 투자자들이 고성장 모멘텀주에 몰린 이유는 무엇보다 ‘위험감수 성향’이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넘게 유례없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쏠렸다. “채권 금리를 낮춰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2012년 9월 3차 양적완화를 시작하며 설명한 정책 목표이기도 했다.
Fed의 의도대로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그 중에서도 가장 ‘섹시한’ 종목들에 몰려들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344%,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298%,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 페이스북은 105%, 제약회사 바이오젠은 90%나 급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38.3% 올라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26.5%)와 S&P500 지수(30%)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Fed가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Fed가 “제로 수준(연 0~0.25%)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며 ‘조기 금리 인상설’ 진화에 나선 덕에 각 지수가 연초 대비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면 밑에서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잘 되면 ‘대박’이지만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한 모멘텀주의 비중을 줄이고, 이미 실적이 입증된 퀄리티주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 투자자들의 위험감수 성향이 약해졌다는 뜻이다.
◆“너무 많이 올랐다”
투자자들의 이 같은 투자전략 변화를 뒷받침하는 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다. 그동안 모멘텀주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숫자’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MSCI 모멘텀지수는 39% 올랐다. MSCI 퀄리티지수 상승률 30%는 물론 S&P500 지수 상승률 36%보다도 높았다.
모멘텀주와 퀄리티주의 밸류에이션 차이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1년간의 예상 순이익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모멘텀주는 19.40배, 퀄리티주는 16.09배다. 최근 10년 새 차이가 가장 많이 벌어졌다. 헤르난도 코티나 모건스탠리 주식전략가는 “이 정도의 격차가 생기면 시장은 이를 줄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주가 거품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1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자 투자자들은 경쟁적으로 모멘텀주를 내던지고 있다. 테슬라, 페이스북, 바이오젠, 넷플릭스 등 대표적 모멘텀주들은 지난 3월22일 3월 초에 기록했던 직전 최고가 대비 각각 20%, 18.74%, 45.37%, 28.35% 떨어진 상태다. 트위터의 경우 지난해 말 73.31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45% 넘게 폭락해 지난달 22일 40.04로 장을 마쳤다.
최근 들어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진 이유는 실망스러운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예컨대 오는 29일 실적을 발표하는 트위터는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사용자 증가세가 더 둔화되고 모바일 광고 수익이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날 경우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
◆닷컴 버블과는 다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테크(기술)주와 바이오주의 급락세는 종종 있었다. 나스닥 종합지수의 10%가량 하락은 지난 5년간 네 차례 있었지만 모두 몇 주 안에 반등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데이비드 개리티 GVA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모멘텀주의 급락은 위험의 징조를 알리는 ‘탄광 속 카나리아’와 같다”며 “투자자들이 테크주의 실적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따져보고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고 판단할 경우 2001년의 닷컴 버블 붕괴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대부분 모멘텀주들이 상당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무라증권의 에릭 차 애널리스트는 “닷컴 버블 당시엔 투자자들이 인터넷이 뭔지도 모른 채 회사 이름 뒤에 ‘.com’만 붙어 있으면 돈을 넣었다”며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투자자와 기업들 모두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 모멘텀주·퀄리티주
momentum stock·quality stock. 모멘텀주는 최근 6개월, 혹은 12개월간 주가가 가장 빠르게 오른 종목을 말한다. 모멘텀을 타고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투자자들은 이런 종목에 투자한다. 반대로 퀄리티주는 단기 주가 동향과 관계없이 자기자본이익률(ROE), 순이익증가율 등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돼 온 종목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