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노트' 작성…인생의 마지막이 달라집니다

입력 2014-04-14 07:00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45) 일본의 신조어 '종활(終活)'

류재광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65세 이상 고령자가 3000만명을 넘어선 일본에서 최근 신조어가 생겼다. ‘종활(終活·슈카쓰)’이다.

종활은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말한다. 우리가 농촌 봉사활동을 ‘농활’이라 줄여 부르는 것처럼 새롭게 만든 조어다.

종활은 지금 일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종활 관련 책자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국 각지에서 종활 관련 세미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대표 주간지에서도 종활을 심도 있게 다루고 최근에는 종활 관련 전문 잡지까지 발간되고 있다.

종활의 영역은 다양하다. 유언장 작성부터 시작해 입관 체험, 영정사진 촬영, 희망하는 장례 스타일 찾기, 수목장 견학, 묘비에 쓸 문구 작성, 구체적인 상속 준비 등으로 포괄적이다.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엔딩노트’ 작성이다. 치매 등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미리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과 장례 형식,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말, 그리고 사후 정리에 대한 희망사항을 적어두는 것이다.

몇 년 전 일본에 사는 지인의 아버지 장례식에 갔다. 병원 장례식장이 아니라 다목적홀 같은 곳에서 장례식을 치르고 있었다. 장례식장에는 곡하는 소리가 아니라 고인이 평소에 좋아했던 대중음악이 흘렀다. 입구에는 고인이 생전에 찍은 사진이 조문객을 맞았다.

다른 쪽에서는 고인이 걸어온 삶을 엿볼 수 있도록 두꺼운 사진 앨범이 놓여 있었다. 스님이 독경(讀經)을 하는 일본의 일반적인 장례식과 너무 달랐다. 지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작성한 ‘엔딩노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고령 사회가 된 일본에서는 이렇게 장례 문화가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수동적으로 두렵게 받아들이던 죽음이 아니다. 밝고 적극적인 자세로 죽음을 설계하고 맞이하는 것이다.

일본 사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것은 삶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미래에 있을 자신만의 색다른 장례식을 한번 디자인해보면 어떨까.

종활을 통해 자신만의 라이프 디자인을 멋지게 완성해보자.

류재광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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