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관리 수수료·담보 대출로 돈 벌던 신탁회사의 대변신
11개 업체 모두 2013년 흑자…강북 재건축·재개발로 영역 확대
[ 이현진 기자 ] 지난 주말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서 모델하우스 문을 연 ‘하양 코아루’ 아파트의 사업주체는 한국토지신탁이다. 이 단지는 주말 동안 경산뿐만 아니라 대구와 영천 등에서 2만여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분양 담당자는 “방문객 사이에서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신뢰와 이 회사 자체 브랜드인 ‘코아루’의 인지도도 높았다”고 말했다.
부동산신탁회사가 아파트 공급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반 시행사의 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성을 토대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신용과 자금력이 탄탄한 신탁회사에 개발 사업이 몰려들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는 11개 신탁사 모두 흑자를 내며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신탁사는 최근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정비사업까지 업무영역을 넓히는 등 ‘신탁사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시행사로 변신한 신탁사
지난해 신탁회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최고 실적을 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신탁사의 지난해 매출은 4491억원으로 2012년(3926억원)에 비해 14.4% 늘었다. 11개사의 총 순이익도 90억원 증가한 122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개발신탁 비중이 높아져서다. 예전에는 부동산 사업을 관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관리신탁’이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담보신탁’이 주요 매출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행사 역할을 맡아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차입형 토지신탁(개발신탁)’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담보신탁 수수료는 보통 대출액의 0.5% 정도인데 개발신탁은 3~5% 수준”이라며 “사업 주체로 개발을 책임지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보수도 높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도 신탁사가 시행하는 단지의 안정성이 높아 선호하는 편이다. 원영수 한국자산신탁 본부장은 “시행사와 시공사 간 분쟁이 생기면 준공이 미뤄지고 계약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신탁사가 들어간 사업장은 이 같은 걱정이 없어 수요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등으로 사업영역 확장
국토교통부는 최근 ‘2014년 주택종합계획’을 내놓으며 신탁사가 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 그동안 토지나 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만들어야만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주민들이 동의할 경우 신탁사에 재개발 사업을 맡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맡으려면 주민 동의율이 80%를 넘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동의율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태오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동의율이 높으면 사업 추진이 어려운 대신 현금을 받고 조합원 자격을 포기(현금청산)하는 사례가 줄어들기 때문에 장단점이 있다”며 “신탁사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신탁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금융투자협회에 보완 작업을 맡긴 뒤 세부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신탁업계는 먼저 서울 강북 중소형 단지 위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김창수 한국토지신탁 기획팀장은 “강북권이나 수도권 외곽은 시공사 참여가 소극적이어서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이 많다”며 “신탁사가 그런 틈새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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