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육성 초심으로 돌아가 읽기 쉬운 잡지로 재창간
換亂땐 직원 한명으로 버텨…국내기업 해외진출 도울 것
[ 민지혜 기자 ]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래, 까짓거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달려들었습니다. 3년 동안 친구 한 번 안 만나고 일만 했어요.”
지난 40년간 국내 기계산업 전문잡지를 만들어온 기술정보의 이영희 사장은 1986년 당시 기술정보 사장이었던 남편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고 갑작스럽게 회사로 들어오게 됐다. “그 전까진 기계를 알기는커녕 공장에도 한 번 가보지 않았다”는 이 사장은 “처음엔 막막했지만 회사를 믿고 따라온 직원, 우리 잡지에서 살길을 찾는 수백 곳의 업체를 생각하니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기계산업 잡지
이 사장은 ‘처음부터 배운다’는 마음으로 경영을 시작했다. 잡지에 광고를 내온 기계제조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그는 “앞으로 내가 남편 대신 회사를 잘 이끌 테니 믿어달라”고 설득했다. “여자 사장이 찾아가니까 처음엔 공장 사장님들이 반기지 않더라고요. 그러나 꾸준하게 찾아갔고 저더러 ‘여장부’라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성격이 단순한데 기계 만지는 분들도 순수하고 단순한 부분이 있어 의외로 잘 통한 것 같습니다.”
기계산업이 호황이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기술정보의 월간잡지 ‘기계기술’이 잘 팔렸다. 한때 월간지 분량이 800페이지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당수 공장이 문을 닫았고, 잡지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50여명이던 직원이 외환위기 후 한 명으로 줄었습니다. 도저히 운영이 안 되는 규모였습니다. 공장에서 자료를 받아서 그대로 쓰는 수준의 잡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이 사장은 2010년까지 회사를 근근이 유지해 오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2011년부터 잡지 전면개편을 준비했다. “산업잡지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오랜 기간 신망을 받던 최대 규모의 기계산업 잡지를 폐간할 순 없었습니다. 기본으로,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사장이 생각한 기본은 ‘읽히는 기사를 쓰자’는 것이었다. 잡지 이름부터 분량, 내용, 광고 양 등 모든 것을 바꿨다. 1년 뒤인 2012년 1월 ‘매뉴팩처링’이라는 이름의 얇고 종이 질이 좋은 잡지를 내놨다.
그해 발행한 매뉴팩처링 부수는 1만9182부. 한국ABC협회에 가입해 발행 부수를 공개한 것도 기계산업 잡지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그 전의 기계기술은 광고는 많이 들어왔지만 두껍고 읽히지 않는 잡지였다”며 “제대로 된 산업잡지를 만들자는 각오로 시작했고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고 말했다.
◆컨설팅부터 해외 진출까지
매뉴팩처링은 세계 4대 기계산업전시회로 꼽히는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주관 심토스(SIMTOS)의 공식 잡지로 선정됐다. 이 사장은 “이 전시회를 통해 국내 기업의 수출을 돕고, 국내 진출을 원하는 해외 기업의 장점을 알리는 일을 해나갈 겁니다.”
이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에 근무하고 있던 아들을 3년 전 회사로 불러들였다.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고려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그는 잡지 개편의 주역이다. “제가 잘 모르는 경영지식을 갖춘 아들, 6명의 직원과 함께 올해 20억원 매출을 올릴 계획입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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