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뜨고, 페라가모 지고…'급' 달라진 명품 브랜드

입력 2014-04-15 20:42   수정 2014-04-16 04:09

인사이드 스토리 - 백화점 수수료로 본 명품 서열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빅3'
판매 수수료 10%대 초반 '선두권'
페라가모 20%대 '준명품급' 추락



[ 김선주 기자 ] 국내 명품 시장이 침체기를 맞으면서 업계 지형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전통의 ‘빅3’ 정도만 명맥을 유지한 채 나머지 명품 브랜드들의 위상에는 적잖은 변화가 오고 있다.

명품 업체들의 ‘등급’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는 백화점에 내는 판매수수료율이다. 명품의 브랜드 파워와 수수료율은 반비례 관계로, 매출 실적이 좋은 브랜드일수록 수수료율이 낮다. 백화점들이 낮은 수수료율을 내세워 인기 있는 브랜드들을 서로 ‘모셔가려’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들어 명품 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최상위 브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가 부침을 겪고 있다”며 “이 와중에 수수료율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명품관에서 퇴출되는 브랜드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업계 지형도 급변

명품 업계 서열 변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브랜드는 한때 명품 구두의 대명사로 꼽혔던 페라가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페라가모의 백화점 수수료율은 올해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페라가모의 수수료율은 보통 10%대 중후반이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20%를 넘었다”며 “보통 수수료 20%를 넘어서면 명품이 아니라 ‘매스티지(준명품)’로 분류된다”고 귀띔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페라가모 한국 지사인 페라가모코리아의 판매수수료는 △2011년 171억7855만원 △2012년 170억8682만원 △2013년 166억8249만원이었다. 백화점별 수수료가 미세하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난해까지 수수료율은 명품급인 15~18% 수준이었다.

페라가모는 그러나 최근 수수료율이 20%를 넘어, 지난달 13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웨스트에서 밀려난 데 이어 또다시 체면을 구겼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부산 동래구)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한 해외 명품 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은 17.8%로, 페라가모의 수수료율은 평균보다도 상당히 높다.

○‘빅3’ 선두권 유지…프라다 약진

반면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는 수수료율 8~13% 사이를 오가는 선두 그룹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샤넬 8.4%, 루이비통 9.8%, 에르메스 13.3%의 수수료율을 책정했다. ‘명품 불패’ 신화가 깨지는 와중에도 이들 3개 업체는 매출이 꾸준히 상승하는 ‘효자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본점도 지난해 샤넬에서 10.0%, 루이비통에서 11%의 수수료만 받았다. 그 뒤는 수수료율이 10%대 중후반인 프라다가 쫓고 있다. 프라다는 매출 상승으로 수수료율이 과거에 비해 다소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다코리아는 2011년 2512억8447만원이던 매출이 2012년 3193억7237만원으로 크게 늘면서 3000억원대를 돌파했다. 페라가모가 실적 악화로 5대 명품에서 탈락한 틈을 타 약진한 양상이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율은 매출과 대비해 연 단위로 책정하지만 보통 큰 변화가 없다”며 “프라다는 최근 몇 년간 실적이 좋아 수수료가 1~2%포인트 정도 낮아진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펜디와 크리스찬디올은 10%대 후반의 수수료를 내고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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