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투자의 96.8% 달해
[ 김보라 기자 ]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싱가포르 테마섹의 핵심 투자대상이 금융주에서 소비재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0년간 금융업 투자에 집중해온 테마섹이 최근 확산되는 신흥국 중산층을 겨냥해 소비재 부문에 집중 베팅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마섹의 현재 보유 자산 가치는 2150억싱가포르달러(약 182조4189억원)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테마섹은 지난달 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이 보유한 약국형 편의점 AS왓슨 지분 25%를 57억달러(약 5조9297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달 싱가포르 상장사인 농산물유통업체 올람에 42억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하기도 했다. 또 최근 홍콩 소비재업체 리&펑그룹 지분 3%, 인도네시아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마타하리푸트라프리마 지분 3억달러어치를 매입했다. 올 들어 3월까지 신규 투자액 가운데 소비재(67%)와 식음료(29.8%)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96.8%에 달했다.
테마섹이 소비재 부문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신흥국 중산층의 급증세와 이에 따른 소비재 기업의 성장세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기준 신흥시장의 배당수익률은 금융주가 3.5%로 소비재주의 2.2%를 앞섰다. 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소비재업종이 2012년 14.7%에서 2016년 16%로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금융업종의 ROE는 13.8%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치아송휘 테마섹투자그룹 대표는 “소비재 부문은 중산층이 급증하고 글로벌 경제가 급변하는 환경에서 뛰어난 대안 투자처”라며 “테마섹의 장기적 핵심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테마섹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여전히 금융(31%)이지만 중국을 중심으로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점차 소비재 기업 투자를 늘리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대형 인수합병(M&A)을 잇따라 성공시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FT는 1년 전 테마섹에 합류한 모건스탠리 동남아지역 담당 출신 조너선 포퍼과 조핸 듀랏 등 대형 은행에서 영입한 인재들이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테마섹의 M&A팀 규모가 최근 2년 새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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