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라이프] 문창섭 회장, 20년째 아침마다 1시간씩 등산…개성공단 중단 때 위기 이겨낸 힘

입력 2014-04-15 21:40   수정 2014-05-19 09:31

나의 성공 비법은 - 문창섭 삼덕통상 회장

아침등산 거르면 점심때 자전거 타며 보충



[ 박수진 기자 ] 신발제조업체 삼덕통상 문창섭 회장(61)의 취미는 아침 등산이다. 20년째 아침마다 거르지 않고 1시간에서 1시간 반가량 산에 오른다. 문 회장은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아침 등산을 하면 건강에도 좋고 하루 일과도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아침 등산을 거르면 점심때라도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보충한다. 약속 장소에서 꽤나 먼 곳에 주차한 뒤 트렁크에 준비해 둔 접이식 자전거를 꺼내 30분 정도 이동한다. 문 회장은 “업무상 어려운 자리에 갈 때는 피하지만 편한 분들과의 점심때는 꼭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골프 등 다른 운동은 하지 않는다. 그는 “신발 제조는 고무 배합부터 봉제, 완성까지 265가지에 달하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며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따라서 시간을 빼앗기는 운동은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가 아침에 등산할 때나 점심에 자전거를 탈 때 즐겨 듣는 노래가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이다. 그의 휴대폰 컬러링도 이 노래다. 삼덕통상이 2004년 개성공단에 진출할 때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째다.

문 회장은 “성격상 한 번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하고, 한 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 가요지만 ‘반갑습니다’는 남북 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개성공단 진출 기업으로서 상징성도 있어 컬러링으로 택했다”고 소개했다.

삼덕통상은 부산 본사와 개성공단, 중국 톈진 등 세 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개성공단에서는 2800여명의 북한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채용 규모론 개성공단 내 최대다. 본사와 톈진에도 약 1000명이 일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 만드는 신발이 연간 250만~300만 켤레쯤 된다. 일반 스포츠화뿐 아니라 골프화, 스케이트보드화, 스노보드화, 트레킹화, 등산화 등 고기능 신발을 전문 생산한다. 생산한 제품은 국내 유명 10여개 신발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납품한다. 독일 미앤프렌즈에도 납품하고, 23개국에 수출한다.

문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좋아하는 아침 등산을 거의 하지 못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되면서 납품 문제로 하루하루 피를 말리던 때였다. 거래처가 모두 떨어져 나갈 위기였다. 신발업계에서는 삼덕통상이 거래처를 모두 잃고 문을 닫을 것이라고 했다.

문 회장은 그 와중에도 사업의 핵심은 신뢰이고, 신뢰가 성공을 가져온다고 굳게 믿었다. 그는 삼덕통상을 대신해 거래처에 납품할 업체를 찾아다녔다. 중국 베트남 등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대신 납품할 수 있는 40여개 기업을 찾았다.

손해는 막심했지만 그는 신뢰를 잃으면 재기도 없다고 확신했다. 거래처들은 손해를 마다하지 않는 문 회장의 행동에 감동했다. 결국 개성공단이 재가동되자마자 곧바로 다시 계약했다. 10년 이상 거래해온 독일 미앤프렌즈사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 이후 오히려 신뢰가 더 굳어져 삼덕통상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개성공단 업체로는 첫 해외 투자유치 사례다.

문 회장은 “신발회사에서 20년 동안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본 후 독립하면서 맹세한 것이 신뢰를 잃지 말자는 것이었다”며 “손해 보더라도 신뢰를 지킨다는 믿음이 삼덕통상의 오늘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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