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확대, 車부품사 다 무너져" 업계 대표들 국회에 건의서

입력 2014-04-15 21:54   수정 2014-04-16 04:19

"車 1차 협력사 年 5914억 부담…'脫한국' 가속"


[ 최진석 기자 ]
“통상임금이 확대되면 부품업체들은 모두 고사할 것이다.”(박인철 리한 회장)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 대표들이 15일 서울 자동차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상임금 확대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연간 인건비 부담이 10%가량 커져 부품업체들이 원가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부품산업의 근간인 도금 도장 열처리 주물 등 이른바 ‘뿌리산업’이 직격탄을 맞게 돼 국내 차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산정 범위를 ‘1임금지급기(1개월)로 명시해 달라”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통상임금 관련 법률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리한 네오텍 인지콘트롤스 두올 등 국내 주요 부품업체 대표 35명은 한결같이 “법적 안정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이익도 손해도 없는 현실적인 대안은 통상임금의 산정 범위를 ‘1임금지급기’로 명문화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지금까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는 정부의 행정예규를 바탕으로 노사협의를 거쳐 임금을 산정해왔다. 때문에 이 관행이 뒤집힌다면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게 된다면 인건비가 평균 9.4% 급증한다”며 “국내 1차 협력업체 532개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연간 인건비가 5914억원에 이르고 이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부품업체들은 대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 급증→연구개발(R&D) 투자 위축→기업 경쟁력 악화’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박인철 리한 회장은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중국과 베트남 등 노동비용이 낮은 국가로 공장을 이전하게 되면 산업공동화 및 고용악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호주와 스페인 등 다른 국가의 자동차산업도 이런 과정을 거쳐 몰락했다”고 경고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생산해 국내에 역수입하는 ‘바이백(buy-back)’ 현상이 확산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국내 공장의 경우 시간당 총급여(급여+상여금+퇴직금)가 1만3000원인 반면 중국은 3000원, 인도는 1130원, 베트남은 970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병훈 네오텍 사장은 “차량용 하네스(전선)를 생산하는 한 부품업체는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부품을 만들어 국내 완성차업체에 납품하고 있다”며 “덴소와 델파이 등 글로벌 부품사들이 현대·기아자동차 수주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원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국내 부품사의 ‘탈(脫)한국’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는 통상임금 확대로 인해 1차 협력업체들의 투자가 연간 13% 줄고, 고용도 7516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품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가공하는 도금·도장·열처리·주물·단조 등 뿌리산업 업체들의 연쇄 도산 가능성도 제기됐다.

고문수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는 “이들 중 영세한 업체는 부채비율이 200~300%에 달한다”며 “통상임금 확대로 인해 적지 않은 업체들이 도산하면 이는 부품산업 전체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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