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점심을 먹은 뒤 잠깐 동안 눈을 붙이는 낮잠은 ‘보약’입니다. 밤사이 피할 수 없는 폭음과 수면부족의 결과인 ‘곤드레 만드레’ 상태에서 짧은 시간 내 벗어나게 해 주는 대인인 까닭입니다.
최근 직장인에게 보통 1시간 정도인 점심 식사 뒤에 남는 시간에 하는 일을 물어본 결과 15% 정도가 낮잠을 꼽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보약인 낮잠을 즐기는 자세가 될 듯 합니다.
보통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지요. 이는 누운 자세 보다 2배 정도 많은 힘이 가해져 척추관절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가능하다면 기대어 자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이 따릅니다.
엎드린 자세의 낮잠은 시간이 긴 편은 아닌 탓에 문제의 심각성이 커진다고 ‘경고’까지 나오지는 않다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평소 수면을 취하는 습관이 엎드린 자세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직장에서야 환경이 그래서 엎드려 자지, 평소 잠자는 모습 마저 그렇게 할 리 있겠어?”라고 의문을 제기할 터입니다.
때문에 ‘엎드려 자는 습관’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해 보았습니다. 설문 주체는 척추관절전문 한의원 (장형석 한의원)이 온라인 리서치 패널을 통해서 입니다. 참가자는 18~65세 사이 성인 남녀 3685명입니다.
결과가 약간 의외인데요. 하루 생활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잠자리에서 이른바 ‘나쁜’ 자세로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통계에서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패널의 절반에 가까운 45%가 이런 수면 자세를 취한다 (32.1%인 1182명은 ‘엎드려 자는 편이다’, 12.9%인 474명이 ‘자주 엎드려 잔다’)고 응답했습니다.
의료계는 일반적으로 잠 잘 때 가장 치명적인 자세로 엎드려 자는 것을 꼽습니다. 전문의 장형석 박사는 “목을 반드시 돌려야 하는 엎드려 자는 습관은 목의 비틀림으로 인해 인대 손상은 물론 잦은 목통증을 초래한다”고 설명합니다.
인대는 이 같은 손상이 반복되면 크게 약화하고 경추 추간판 변성을 가져와 목 디스크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장 박사에 따르면 목 디스크는 경추와 경추 사이에 있는 추간판 내부 수핵이 빠져 나와 신경근 또는 척수를 누르는 질환입니다.
경추 추간판은 잘못된 자세, 신체의 노화, 스트레스, 영양불균형, 사고로 손상될 경우 탄력성을 잃고 균열이 쉽게 생깁니다. 깨진 틈의 부위로 수핵이 밀려 나와 신경을 압박하게 되는 원리고요.
장형석 박사는 이와함께 “엎드려 자면 턱이 한쪽으로 눌리면서 턱관절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고 강조합니다. 턱관절은 턱 운동의 중심축 기능을 갖습니다. 이는 턱 근육과 인대에 의해 지지되고요. 이 때 턱관절 사이에 있는 디스크는 뼈와 뼈 사이의 쿠션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턱을 움직일 때 소리가 나며 통증이 생긴다고 장 박사는 말했습니다.
나쁜 수면 자세로 척추가 뒤틀리고 신체 균형이 어긋나면서 안면비대칭과 척추측만증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심장이나 폐가 압박되면서 호흡곤란, 위와 장이 압박돼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장 박사의 설명입니다.
장형석 박사는 결론적으로 “올바르게 눕는 자세를 터득하면 척추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위를 보고 똑바로 누워 잠을 잔다. 쉴 때는 무릎을 굽히고 눕는 게 바람직한 자세다. 허리 혹은 자세가 불편하면 그 밑에 베개를 고이면 좋다. 엎드려서 자거나 책을 읽고 TV를 보는 행동은 권할 바가 아니다.”[이미지제공=장형석 한의원]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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