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인정보 보호 뒷전인 생보사

입력 2014-04-16 20:34   수정 2014-04-17 05:13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


[ 김은정 기자 ] “사촌이 땅을 살까 봐 배 아픈 꼴 아닙니까.” 한 손해보험사 임원은 ‘개인정보 유출 배상책임보험’ 의무화를 골자로 한 개인정보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둘러싼 생명보험사들의 태도를 이렇게 꼬집었다.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월 ‘개인정보 유출이 일어나면 금융사가 충분한 보상을 해줄 수 있도록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자’는 취지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선 이 개정안을 심의 중이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으면서 광범위한 피해보상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느낀 은행·카드·캐피털회사 등 금융사들도 개정안의 취지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특히 손보사들이 적극적이다. 배상책임보험은 손보사가 팔 수 있는 상품이어서다. 손보사들은 지금도 배상책임보험을 팔고 있지만 가입 유인이 별로 없어 판매가 저조하다. 경기침체와 저성장 등으로 매출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배상책임보험이 손보사들의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손보사와 한편일 것 같은 생보사들이 국회에 반대 의견을 개진하고 나섰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고 위험률을 측정해 보장 범위를 정하는 게 어려워 합리적인 보험료 산출이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생명보험협회는 “금융사가 가진 정보량과 보험료 부담능력 등을 감안해 가입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의무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면을 들여다 보면 생보사들의 업역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손보사 상품인 탓에 배상책임보험 시장이 커져도 생보사들은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설계사의 불법 영업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얼마 전에는 직원이 서류 위조를 하다가 적발되는 등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생보업계가 앞장서서 반대하는 모습이 고객 보호나 재발 방지 대책은 뒷전으로 미룬 채 이해타산만 따지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이러다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면 궁지에 몰리는 것은 전체 보험업계”라고 지적했다.

김은정 금융부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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