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들이 보유 주식을 처분하면 기업 가치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인식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키이스트 신필순 대표와 양근환 이사는 지난 9일 51만주와 40만주를 장내에서 처분했다. 올 들어 소속 배우 김수현 효과로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 중이던 주식을 전량 팔아 시세 차익을 남겼다.
신 대표와 양 이사는 지난달 11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각각 50만주와 40만주를 840원에 확보했다. 이들이 스톡옵션 행사를 통해 얻은 시세 차익은 24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키이스트의 실적이 '돈 잔치'를 벌일 만큼 좋지 못하다는 데 있다. 키이스트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694억6500만원으로 전년보다 128.5% 늘어났지만 55억63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내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에도 자신들의 잇속만 챙긴 것이다.
키이스트 주가는 지난 9일 장중 3660원까지 치솟아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지만 경영진의 지분 정리 이후 2800원선까지 밀려났다.
한 개인투자자는 "경영 중인 회사의 실적 악화에도 주주가치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리콘웍스 경영진도 지난 4일 차익실현에 나섰다. 한대근 대표는 지난해 말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2만주(취득가 1만218원)를 2만2698원에 팔았다. 한 대표는 2억490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이 회사 김대성 전무(1만6000주 처분), 오형석 상무(1만4700주), 최용순 상무(8000주), 나준호 이사(1만1591주)도 같은 날 스톡옵션으로 마련한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김 전무와 오 상무가 각각 1억9900만원과 1억8300만원을 벌었고, 최 상무와 나 이사는 9900만원과 1억4400만원의 차익을 남겼다.
실리콘웍스의 지난해 실적도 악화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102억3600만원, 332억3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3%, 24% 줄었다.
IT기업 더존비즈온 경영진도 최근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 이 회사 박병규 상무는 2009년 합병을 통한 신주 취득으로 보유 중이던 3만3214주 중 2만주를 지난 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팔았다. 평균 처분단가는 1만1505원으로 박 상무는 2억30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 회사 김재윤 상무는 4년에 걸쳐 상여로 받은 주식 5000주를 지난 1일 전량 처분했다. 처분가는 1만1132원으로 김 상무는 5500만원을 챙겼다.
지난해 더존비즈온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96억100만원으로 전년보다 3.6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83억5600만원으로 23.73% 급감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이나 주식 상여는 경영진에 대한 ‘보상’ 개념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비난을 하기에는 어렵다”며 “성과 대비 보상이 적정했느냐를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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