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관리종목 피앤텔, 자본금 100만원 짜리 회사에 팔려

입력 2014-04-17 14:34  

창업주 김철, 시총 247억 피앤텔 지분 47.26% 300억에 팔아
계약금 없이 경영권 넘기고 매각 대금은 7, 8월에 받아
조희종 피앤텔기업인수목적 사내이사, 경영지배인으로 선임



이 기사는 04월16일(16: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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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피앤텔이 300억원에 팔렸다. 시가총액 247억원인 피앤텔의 지분 47.26%을 사들인 곳은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된 '피앤텔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휴대폰케이스 부품업체인 피앤텔의 창업자인 김철 대표는 피앤텔의 주식 794만주를 ‘피앤텔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이는 전체 피앤텔 주식의 47.26%로 피앤텔의 경영권은 피앤텔기업인수목적으로 넘어가게 됐다.

피앤텔기업인수목적 주식회사는 2일 공시에서는 매각대금 300억원 가운데 중도금 150억원을 7월31일, 잔금 150억원을 8월31일에 내기로 했다가 3일 정정공시를 내고 2일 계약과 동시에 300억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피앤텔기업인수목적은 2일 자사 사내이사인 조희종 와이글라스 대표이사를 피앤텔의 경영지배인으로 앉혀 사실상 경영권을 가져왔다. 피앤텔은 오는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새 이사를 선임해 경영권 이전을 마무리 짓는다.

이번 매각은 일반적인 기업 인수합병(M&A) 절차와 상당히 다르다. 보통 M&A는 계약을 맺을 때 계약금을 내고 중도금을 치르고 경영권을 인수받으며 잔금을 치르는데 반해 이번 매각에서 경영권 인수까지 돈은 한푼도 오가지 않았다.

피앤텔기업인수목적은 김일호 씨(40)가 지난 2월 피앤텔의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한 업체다. 자본금 100만원 짜리 회사가 시총 274억원 회사의 경영권을 300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피앤텔은 또 3일 보통주 336만주를 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한다고 공시했다. 대상은 피앤텔기업인수목적이며 자본금 40억4544만원은 오는 11일 납입된다.

피앤텔 매각에 대해 주식시장 관계자는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까지 계산돼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이어진 유상증자는 바뀐 최대주주가 기업 운영자금을 대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피앤텔은 2010년 9억여원, 2011년 155억여원, 2012년 217억여원, 지난해 199억원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번 최대주주 변경 공시에 한국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하기 위해 이날 오후 5시40분부터 피앤텔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피앤텔은 2009년까지만 해도 매년 영업이익을 200억원 이상 올리는 견실한 기업이었다. 피앤텔 관계자는 "2010년 삼성전자에 납품이 중단되면서 매출이 급격히 줄었고 영업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의 경영 상태는 악화됐고 회사 매각론이 대두됐다.

피앤텔의 창업주 김철 대표이사는 지난해와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지분 매각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31일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한싱파트너스PTE(대표 김민수)에 400억원을 받고 자신의 지분을 팔기로 했다가 돈이 들어오지 않아 올 1월15일 계약을 해지했다. 같은 날 해외자원개발업체인 데피안(대표 유동수)에 400억원을 받고 지분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한 달 만인 2월11일 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해지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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