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었는데…대형참사 왜 반복되나
[ 강경민 기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인재(人災)였다. 매뉴얼 부재와 안전불감증, 모럴해저드 등이 겹쳐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 인재로 빚어진 대형 참사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9시께 세월호 침몰 당시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는 안내 방송을 통해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대기하라’고 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승무원들은 선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도 승무원들은 허둥지둥했다. 인천에 있는 A선사 관계자는 “당시 사고 화면만 봐도 기본적인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승무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탑승객들만 우왕좌왕했다”고 지적했다.
(2) 여전한 안전불감증…시간 맞추려 권고항로 벗어나
해양경찰청은 17일 “세월호가 해양수산부의 권고항로와 약간 다른 경로로 간 기록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 여객선은 15일 오후 6시30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안개 때문에 출항이 두 시간가량 지연됐다. 이 때문에 운항 시간을 단축하려고 권고항로를 이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 해역은 국내에서 유속이 두 번째로 빠른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맹골수도 인근이다. 선사업계 관계자는 “인천에서 제주로 갈 때 맹골수도를 통과하면 두 시간 정도 운항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입항 예정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곳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3) 47개 중 2개만 풀린 구명뗏목, 안전 대책 '무용지물'
해경에 따르면 16일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배 안에 있던 10인용 구명뗏목(라이프 래프트) 47개 중 펼쳐진 것은 2개에 불과했다. 원통형의 구명뗏목은 배가 침몰하면 바다에 펼쳐져 구명보트로 활용된다. 구명뗏목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탑승자 전원을 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의 구명뗏목은 그대로 선체에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수동으로 쇠사슬을 풀었어야 할 승무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구명뗏목 대신 구명정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안여객선엔 현행법상 구명정이나 구명뗏목을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데, 선주들이 구명정 대신 가격이 저렴한 구명뗏목을 설치하는 게 피해를 키운다는 얘기다. 배가 침몰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구명뗏목을 바다에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4) 초기대응 실패로 승객들 배에 갇혀…구조 늦어져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선체 내부 수색은 좁은 시야와 빠른 유속 탓에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세월호에 바닷물이 새어들기 시작한 후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두 시간 동안 미리 잠수부를 투입했다면 내부에 있던 승객을 더 많이 구출할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천안함 구출 과정에서 보듯이 가라앉고 나면 선체 내부를 수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세월호가 두 시간여 만에 침몰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면서 구조인력 투입 역시 늦어졌다. 초기 실종자 수 파악에도 오락가락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5) 선장이 사고 직후 먼저 탈출…'총체적 모럴 해저드'
선장은 사고가 나면 승무원들을 지휘하고 배 안에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세월호 선장인 이모씨는 사고 발생 직후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것으로 해경 수사 결과 드러났다. 침몰이 시작된 오전 9시부터 한 시간이 흐른 오전 10시15분께까지 승객들에겐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했지만 선장과 승무원들은 이미 오전 9시30분께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장인 이씨는 목포해양경찰서에 출두해 “승객 가족에게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인재(人災)였다. 매뉴얼 부재와 안전불감증, 모럴해저드 등이 겹쳐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등 인재로 빚어진 대형 참사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9시께 세월호 침몰 당시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는 안내 방송을 통해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 대기하라’고 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또 사고가 발생하면 모든 승무원들은 선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도 승무원들은 허둥지둥했다. 인천에 있는 A선사 관계자는 “당시 사고 화면만 봐도 기본적인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승무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탑승객들만 우왕좌왕했다”고 지적했다.
(2) 여전한 안전불감증…시간 맞추려 권고항로 벗어나
해양경찰청은 17일 “세월호가 해양수산부의 권고항로와 약간 다른 경로로 간 기록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당초 이 여객선은 15일 오후 6시30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안개 때문에 출항이 두 시간가량 지연됐다. 이 때문에 운항 시간을 단축하려고 권고항로를 이탈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월호가 침몰한 사고 해역은 국내에서 유속이 두 번째로 빠른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 사이의 맹골수도 인근이다. 선사업계 관계자는 “인천에서 제주로 갈 때 맹골수도를 통과하면 두 시간 정도 운항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입항 예정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곳을 통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3) 47개 중 2개만 풀린 구명뗏목, 안전 대책 '무용지물'
해경에 따르면 16일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배 안에 있던 10인용 구명뗏목(라이프 래프트) 47개 중 펼쳐진 것은 2개에 불과했다. 원통형의 구명뗏목은 배가 침몰하면 바다에 펼쳐져 구명보트로 활용된다. 구명뗏목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탑승자 전원을 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의 구명뗏목은 그대로 선체에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수동으로 쇠사슬을 풀었어야 할 승무원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구명뗏목 대신 구명정이 있었더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안여객선엔 현행법상 구명정이나 구명뗏목을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데, 선주들이 구명정 대신 가격이 저렴한 구명뗏목을 설치하는 게 피해를 키운다는 얘기다. 배가 침몰해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구명뗏목을 바다에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4) 초기대응 실패로 승객들 배에 갇혀…구조 늦어져
세월호가 침몰한 지 하루가 지났지만 선체 내부 수색은 좁은 시야와 빠른 유속 탓에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세월호에 바닷물이 새어들기 시작한 후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두 시간 동안 미리 잠수부를 투입했다면 내부에 있던 승객을 더 많이 구출할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0년 천안함 구출 과정에서 보듯이 가라앉고 나면 선체 내부를 수색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세월호가 두 시간여 만에 침몰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하면서 구조인력 투입 역시 늦어졌다. 초기 실종자 수 파악에도 오락가락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5) 선장이 사고 직후 먼저 탈출…'총체적 모럴 해저드'
선장은 사고가 나면 승무원들을 지휘하고 배 안에 끝까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세월호 선장인 이모씨는 사고 발생 직후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것으로 해경 수사 결과 드러났다. 침몰이 시작된 오전 9시부터 한 시간이 흐른 오전 10시15분께까지 승객들에겐 ‘움직이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했지만 선장과 승무원들은 이미 오전 9시30분께 탈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장인 이씨는 목포해양경찰서에 출두해 “승객 가족에게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