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선거펀드 봇물…勢과시·공약연계 '천차만별'

입력 2014-04-17 21:34   수정 2014-04-18 04:00

'실탄' 마련하고 홍보 효과
지방선거 출마자 대거 내놔
年3% 이자…'먹튀' 가능성도



[ 고재연 기자 ] 2010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처음 시도한 ‘정치인 펀드’가 선거자금 마련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음성적인 방식으로 선거자금을 끌어모으던 관행을 깨고 ‘클린 선거’를 만든다는 긍정론도 있다. 그러나 선거철마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정치인 펀드가 ‘세과시’용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고, 일반 펀드와 달리 펀드 설립 및 해산 등을 규제할 관련법이 없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6·4 지방선거 출마 예비후보들도 저마다 정치인 펀드를 출시했다. 펀드 흥행이 성공하면 선거자금을 쉽게 끌어모을 수 있는 데다 홍보 효과로 인한 지지 기반까지 넓힐 수 있어 정치인 펀드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이전의 펀드가 정치인 인지도에 의존했다면 최근에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이색 펀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예비후보로 출마한 원혜영 의원의 ‘기부천사 원혜영 콩나물 펀드’는 스토리텔링형 펀드의 대표적 사례다.

원 의원 측 캠프 관계자는 “우리는 (원 의원의) 스토리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서민들의 적은 돈을 모아 선거를 치른다는 의미에서 최소 금액을 3000원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원 의원이 식품업체 ‘풀무원’ 창업자라는 것과 자신의 지분 21억원어치를 사회에 환원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콩나물 펀드’라는 이름을 택한 것.

대중적 인기를 과시하기 위해 펀드를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단기간에 큰돈을 모금했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새정치연합 광주시장 후보로 출마한 이용섭 의원은 지난달 24일 선보인 ‘이용섭의 혁신펀드’에 7시간 만에 7억원이 모여 조기 완판 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한 광역단체장 출마자의 캠프 관계자는 “‘우리가 이만큼 인기 있는 후보’라는 것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펀드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조직을 동원해 미리 약정을 받은 뒤 펀드가 출시되면 ‘조기 마감’됐다고 홍보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후보자의 공약과 연계한 펀드도 있다. 경기지사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정병국 의원은 한국형 실리콘밸리 구축 공약인 ‘K-밸리’에서 이름을 딴 ‘K-펀드’를 내놨다. 김진표 새정치연합 예비 후보는 어깨동무 복지공약에서 착안한 ‘어깨동무 펀드’를 선보였다.

정치인 펀드는 선거가 끝난 뒤 투자받은 금액에 이자를 더해 갚는다는 점에서 정치 후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시된 대부분의 펀드는 법적 선거비용 보전일 다음날인 8월4일에 실제 입금액에 연 3%대의 이자를 더해 돌려준다고 약속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법정 선거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하니 안전해 보이지만, 원금 보장은 약속하지 않기에 ‘먹튀’(약속한 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 가능성도 있다.

선거법상 후보자가 15% 이상의 득표율을 달성하면 법정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고, 10% 이상 득표할 경우 선거비용의 절반을 받는다. 그 이하는 선거비용을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2012년 총선 때 출마한 한 정치인은 저조한 득표율로 원금과 이자를 약속한 날짜보다 뒤늦게 갚아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은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무관은 “유권자 스스로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꼼꼼히 살펴 일정 수준 이상 득표할 수 있는 후보인지 확인하고 펀드에 가입해야 손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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