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무역흑자 244억弗, 2014년 1천억弗 첫 돌파 기대
[ 심성미 기자 ] #1. 섬유업체인 영도벨벳은 약 6년 전 일본 기업이 20년 넘게 독점하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제조용 재료인 ‘러빙포’를 개발해 양산에 성공했다. 영도벨벳은 LG디스플레이에 러빙포를 납품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2. 국내 LCD 장비업체인 엘아이지 에이피디(LIG APD)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식각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LCD용 식각 장비는 회로를 만드는 공정에서 필요 없는 회로를 깎아내는 역할을 한다. 이 회사는 이 장비 개발로 지난해까지 약 5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한국의 소재·부품산업이 기술 경쟁력을 갖추면서 국산화하는 데 힘입어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개선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1분기(1~3월) 소재·부품산업 분야의 대(對)일본 수입 의존도가 18.1%(금액 기준)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는 2010년(25.2%)보다 7.1%포인트 낮은 것이다.
2010년 243억달러에 달했던 소재·부품산업의 대일본 무역적자도 지난해 205억달러로 줄어들었다. 올 1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29.6% 줄어든 38억달러에 그쳤다. 5분기 연속 적자가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선방 덕분에 올 1분기 소재·부품산업 분야의 전체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648억8000만달러, 404억4000만달러로 244억4000만달러 무역흑자를 냈다. 전체 산업 수출액의 47%, 전체 무역흑자의 4.3배에 각각 해당하는 규모다. 소재·부품 분야의 경우 12분기 연속 200억달러 이상 무역흑자를 냈으며, 연간 기준으로는 올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소재·부품기술의 국산화로 일본 수입 의존도를 낮춘 데는 정부 지원이 한몫했다.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이 분야 연구개발(R&D)에 지원한 예산은 3조6000억원에 달했다. 수입 다변화 영향도 컸다. 김선민 산업부 소재부품정책과장은 “일본 의존도는 수입액뿐 아니라 물량 기준으로도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에서 수입하는 소재·부품 물량을 지수화했을 때 2012년 81, 지난해 80.5에서 올 1분기 74로 낮아졌다. 대신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지역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이 늘었다. 지난해 아세안 지역 수입액은 153억달러로 2010년(139억달러)보다 10.0% 증가했다. 주로 전자부품, 1차 금속, 화학소재 등이었다.
소재·부품 분야의 일본 의존도가 낮아져 무역적자도 줄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업종은 주로 기능성 화학소재, 정밀기기 부품 분야다. 김 과장은 “일본에서 핵심소재와 부품을 수입하는 원인을 분석해 R&D나 투자 유치, 인수합병(M&A) 등 선진국 추격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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