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때문에 PC 두 대 안써도 돼…비용·에너지 절감
한 컴퓨터로 2명이 동시 작업도 가능…업무효율 높아져
[ 안재광 기자 ]
정부에 PC 납품하는 일을 했던 이숙영 컴트리 사장은 2011년 한 공무원과 미팅을 하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사업 얘기를 하던 중 이 공무원이 갑자기 캐비닛으로 가더니 노트북 한 대를 꺼냈다. 바로 옆에 업무용 PC가 있었지만 굳이 노트북을 인터넷에 연결해 자료를 검색했다. 업무용 PC는 외부 해킹 공격을 막기 위해 내부 전용망에만 연결돼 있어 인터넷이 안 됐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용 PC와 인터넷용 PC를 따로 쓰는 것처럼 만드는 ‘망 분리형 듀얼 PC’가 나오게 된 계기다.
○버튼 하나로 ‘망 분리’
‘3월 으뜸중기제품상’을 받은 이 제품은 데스크톱에 달려있는 ‘전환’ 버튼을 누르면 PC 기능이 완전히 달라진다. 평상시에는 업무용 PC로 내부망에 연결해 쓰다가 필요하면 ‘전환’해서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게 가능한 제품이다. 이 사장은 “한 사람이 보안 때문에 굳이 두 대의 PC를 쓰지 않아도 돼 업무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PC 구입비용 감소, 에너지 절감 등 부수적인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PC에 모니터 두 대를 연결하면 한 대는 내부망, 한 대는 인터넷망 화면이 나온다. PC 한 대에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2개씩 연결해 두 명이 함께 작업할 수도 있다.
○유통업체서 제조사로 전환
이 사장은 1999년 남편과 함께 PC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메이커 제품’을 떼다가 관공서와 기업에 납품하는 일을 했다. 한때 연 매출이 1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팔았다.
하지만 2009년 PC 유통시장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제조사에서 들여오는 제품 원가가 인터넷에 고스란히 공개됐다. 제품을 팔아도 마진이 거의 없고, 어떤 때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제조 쪽으로 발을 들이게 된 이유다.
○ETRI서 특허 이전받아
‘망 분리 듀얼 PC’를 개발한 것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8500만원을 주고 사온 특허가 계기였다. 특허는 ‘한 대의 PC를 네 명이 동시에 쓰는 게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공공기관이나 PC방 등에서 이 PC를 쓰면 비용이 줄기 때문에 시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상용화하기가 쉽지 않았다. 개발비용은 계속 들어가는데 진전은 더뎠다. 그러던 중 회사 내부에서 ‘망 전환 단말기 특허’를 출원했다. “망 분리와 한 대의 PC를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기술이 같은 원리라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다”고 이 사장은 말했다.
한 대의 PC를 네 명이 쓰게 하는 것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두 명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났다. 망 분리 기술과 ‘듀얼’ 기술을 하나로 합쳐 PC를 만들었다. 이 ‘망 분리형 듀얼 PC’는 지난해 개발을 완료했다. 에너지 절감과 전자파 등 각종 인증시험도 통과했다. 판매를 위한 모든 준비 작업을 마친 셈이다.
이 사장은 “이전에 없던 제품이라 기업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지만 중소기업진흥공단, 미래에셋증권 등 여러 기관에서 시험적으로 제품을 써보고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제품의 우수성은 자신있기 때문에 실적이 조금만 쌓이면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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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으뜸중기제품
△제이엠그린 기능성 냉동용기(알알이쏙) △세화피엔씨 김서림방지필름 △엠이씨 로나버블 샤워기(B300Y) △컴트리 망분리 듀얼PC시스템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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