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46년 뜨거운 감자 '종교인 과세'…2015년엔 시행될까

입력 2014-04-18 17:03  


헌법 제 38조는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규정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세속 국가(종교에 중립을 지키는 국가)에서 종교인도 동등한 국민이다. 하지만 종교인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이른바 ‘종교세’가 46년 동안 논란만 됐을 뿐 시행되지 못한 이유다. 4월 임시국회에서 세법 시행령이 통과되면 2015년부터 종교세가 부과된다. 과거 종교세 도입 자체에 크게 반발하던 종교계도 이제 어느 정도 수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 ‘과세 방법’에 다시 논란이 붉어지고 있다. 소득 구분에 의견이 엇갈리고, 근로소득자와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소득’ 이라는 소득항목의 신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예외 없는 ‘공평 과세’가 목적

46년 동안 논란이 된 종교인 과세가 2015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정부는 작년 12월에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고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종교세가 부과된다. 과세방식은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하고 나머지에 22%(주민세 포함) 원천징수 세율을 매긴다.

사실 현행법에는 종교인 비과세 조항이 없다. 우리나라 법은 비과세 항목을 하나하나 열거하는 열거주의이지만 소득세법 12조 (비과세소득)와 19조(세액의 감면)에 종교인 면제 조항은 없다. 따라서 국회에서 법을 바꿀 필요 없이 세법 시행령만으로 과세가 가능했다. 정부의 의지와 종교계 협조만 있으면 종교세는 큰 어려움 없이 시행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40년 넘게 논란만 이어진 이유는 정치권이 종교계의 표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처음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종교계가 종교 자유 등을 명분으로 반대해 무산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논의만 될 뿐 시행되지 못했다. 2012년 말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주義)를 언급하면서 다시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근로소득과 형평성 논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전국 교직자 수는 38만명. 이 중 종교세 과세대상은 약 8만명으로 예측된다. 종교인 소득을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정한 것은 종교활동을 ‘근로’로 보는 시각에 종교계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종교 활동이 봉사활동인지 여부에 논란이 남아 있다. 소득분류 문제는 일부 고소득 종교인과 근로 소득자 간 세부담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연봉 1억원 근로소득자의 소득세는 연 741만원이다. 반면 같은 소득의 종교인 기타소득세는 115만원이다. 기타소득은 소득금액에 관계없이 필요경비 80%를 공제해주고 소득이 8000만원이어도 6%의 최저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근로소득과 세부담 차가 크다.

본래 기타소득은 ‘일시적’으로 ‘불규칙’하게 발생한 소득이다. 종교인의 소득은 지속·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례금 등이다. 비종교계로부터 기타소득 과세가 세법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종교인 소득은 매월 급여형태로 받는 사례금(정기적 소득)이나 퇴직금 업무추진비 등이다. 여기에 강연료 인세 등의 비정기적인 소득이 더해지고 종교법인 사정에 따라 차량 유지비, 본인 및 자녀 교육비, 체력 단련비, 도서 구입비 등도 지원받는다.

기타소득 여부 논란에 ‘종교인 소득’이라는 새로운 소득분류를 만드는 방안도 제기된다. 하지만 세정 전문가들은 “이런 식으로 특례를 주면 ‘군인소득’ ‘선생님 소득’ 식으로 특수성 있는 직업군 소득을 일일이 분류해 만들어야 하느냐”며 “다른 근로계층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소득분류 신설은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민 86% 종교세 찬성

대다수 국민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기독교윤리신청운동본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86%가 종교세에 찬성하고 12%만 반대했다. 종교계도 대체적으로 종교세를 수용하고 일부에서는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일부 개신교 교회와 사찰 등도 자진신고 방식으로 소득세를 내고 있다. 국내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도 종교세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종교계는 자칫 종교인 소득과세를 시작으로 종교계를 향한 본격적인 세(稅) 부담이 시작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종교기관이 보유한 각종 시설·자산에 세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종교시설은 대략 9만여개이고 공식 헌금 규모는 연 6조원이다. 현재 종교단체 소유의 부동산 중 종교사업에 사용하던 자산을 양도할 때는 양도세가 면제되고 취·등록세 등도 비과세다. 종교기관은 세법상 상속·증여세 비과세 혜택과 기부금 공제 혜택을 받는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일부에서 세수 확보를 위해 종교세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세무당국은 “종교세로 발생하는 세수는 1000억원 미만으로 예측돼 전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진국들은 OECD 34개국 중 한국만 과세 예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종교인의 소득에 과세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종교라는 특수성에 맞춰 약간의 혜택을 받는 수준이다. 미국은 종교인 과세를 소득세보다는 일종의 퇴직연금 납부에 가깝게 시행한다. 미국 연방세법은 종교인에게 소득세가 아닌 사회보장기금을 내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직자가 은퇴 후 노후생계 수단이 막막할 수 있어 일종의 연금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다만 은퇴 후 연금을 받지 않으면 면세 신청을 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종교단체로부터 지급받은 사례비 등은 반드시 세정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독일은 종교세를 징수하지만 납세 대상은 성직자가 아니라 신도다. 가톨릭·개신교·유대교 등을 믿는 교인들이 연 소득세의 8~9%를 종교세로 납부한다. 이렇게 마련된 종교세 납부금액은 해당 성직자의 임금으로 지급된다. 이때 임금에 개인소득세를 부과하는데 정부가 직접 임금을 주기 때문에 소득이 그대로 드러나고 원천징수가 가능하다.

캐나다에서는 성직자도 일반 개인소득자와 동일하게 취급받는다. 종교단체에서 받는 보수나 기타 사례비 등이 성직자의 주 수입원이다. 성직자는 개인소득자처럼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소득이 없어도 정부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 있다. 일본 역시 과세 제도를 일반 국민과 동일하게 종교인에게도 적용한다. 하지만 대부분 종교인의 신고금액이 면세점 이하이기 때문에 과세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종교 단체에 회계보고 의무도 부과하고 있다.

손정희 한국경제신문 연구원 jhs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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